사람이나 기업이 얼마나 진실한 삶을 살아왔는가에 대한 평가는 큰 시련이 닥쳤을 때 나타난다. 지난 토요일 새벽 화마가 덮친 장갑공장 (주)시온글러브. 칠곡군 가산면의 야산자락에 위치한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고 이후 지역민들의 관심은 예상밖으로 뜨거웠다. "정말 좋은 기업이 왜 그런 화를 당했느냐"는 걱정과 "하루빨리 일어서라"는 격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
김원환(42) 대표. 평소 기자가 알고 있는 그는 장애인 직원들의 대부다. 사고 다음날. 칠곡 가톨릭병원 장래식장 식당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초췌한 얼굴로 숨진 직원들의 부모들에게 사죄하기에 바빴다. 이야기를 나누던 한시간 동안 수십 통의 격려전화가 걸려와 번번이 대화가 중단됐다. 그는 회사복원 계획을 차근차근 밝혔다. 우선 남아있는 1공장을 가동하고, 경산 와촌의 동생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 계약에는 차질 없도록 할 계획이다. 대출금 상환독촉을 우려했던 거래은행들도 도리어 "더 열심히 하여 더 좋은 회사를 재건하라"고 격려했다.
(주)시온글러브는 장애인 직원들의 천국이었다. 연말이면 자신의 몸도 불편한 장애인 직원들이 스스로 모아온 돼지저금통을 모아 나보다 못한 불우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기부하는 그런 직원들, 그런 기업이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사)경북곰두리봉사회 노세중 회장은 "장애인 부모님들에겐 꿈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곳" 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인권이나 최소한의 사랑조차 가족들과 국가도 다 감당하지 못해 떠넘기기를 일삼는 현실에서 '시온글러브'의 공백은 더욱 그리울 것이며, 장애인들의 꿈의 재건은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라고 기원했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칠곡군 상공회의소 박노윤 회장은 화재 당시 현장에 달려와 "정말 좋은 주인이고, 유망한 기업인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거래관계자와 기술개발을 함께해 온 최형국(상주대 응용과학공학) 교수 등도 병원 장래식장으로 김 사장을 찾아와 위로했다.김 사장은 "6개월 후에는 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재건할 계획"이라며 복원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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