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 10대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김분선(84) 할머니가 대구 곽병원에서 10일 오후 4시45분쯤 한많은 세상을 등졌다.
곽병원 영안실에 차려진 빈소에는 20명 남짓한 조문객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만에서 위안부 짓을 당한 이용수(77) 할머니는 김 할머니의 영정을 쓰다듬으며 생전에 김 할머니가 즐기던 담배에 불을 붙여 제단 위에 올려 놓았다. 이 할머니는 "항상 웃는 모습이 참 예뻤는데 지금도 이 사람이 세상을 뜬 것 같지않다"면서 "벌써 가면 어떻게 하냐"라고 탄식했다. 김 할머니의 양녀 정순덕(45)씨는 "혼수상태가 며칠 계속되다가 주무시듯이 편안히 가셨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북 칠곡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15세 때 친구들과 들에 나물을 캐러 갔다가 고무공장 취직 꾐에 속아 일본군에게 끌려간 뒤 대만과 필리핀 등에서 7년간 하루 30∼40명의 군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지옥같은 날들을 보냈다.
스물세살 되던 44년 고국에 돌아왔지만 차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구에서 홀로 살다가 199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신고 뒤 국내와 일본, 미국 등지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집회와 재판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지난해 여름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방광암과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오다 세상을 뜬 김 할머니의 장례식은 12일 오전 9시 곽병원 장례식장에서 대구지역시민사회단체장으로 치러진다. 경북 칠곡 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인 곽병원 곽동협 원장은 "할머니들이 점점 세상을 뜨고 계신데 힘을 모아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설명 : 정신대 할머니 이용수씨가 10일 대구 곽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고 김분선 할머니?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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