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멸치뼈도 분리수거?…전화 2분에 한통꼴

"멸치도 생선입니까?"

대구시와 각 구청 폐기물·재활용 담당 공무원들은 요즘 '도대체 어디까지가 음식이냐'를 놓고 민원인들과 하루종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 금지 이후 각종 음식 찌꺼기를 두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도 되는 일반쓰레기인지, 분리수거함에 버려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인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 한 재활용 담당은 "(전화가) 2분마다 한 통꼴"이라며 "'멸치뼈도 동물이 먹을 수 없는 생선뼈냐', '닭뼈도 갈면 칼슘이 많지 않으냐', '갈비살을 다 발라내고 뼈를 버려야 하느냐' 는 등의 갖가지 질문에 일일이 답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구청 관계자도 "환경부가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일괄적인 분류표를 제시하면서 혼란만 더 키웠다"며 "결국 주민들에게 단순하게 생각하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수백 가지가 넘는 음식을 일률적으로 분류하겠다는 환경부의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부 최모(45·남구 봉덕동)씨는 "양파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던데 공무원들이 양파 껍질을 까 보기나 했냐"고 비꼬았다. 환경부 홈페이지(www.me.go.kr)에도 3,4일 전부터 '노벨상 감', '코미디 정책'이라며 음식물 분류기준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본래 제도 취지와는 다르게 음식이냐 아니냐가 이번 제도의 관건이 돼 버렸다"며 "이래저래 시·구청 실무자들만 진땀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