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포럼-왜 영재교육인가?

영재교육이 새해의 화두가 되었다. 영재교육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고 수월성 교육을 도입하겠다는 등 현 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엿보인다. 영재교육의 목적은 국가적 요구 이전에 '영재의 자아실현'에 기초를 둔다. 그들의 뛰어난 재능은 일반 학교교육으로 발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영재교육이란 별도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영재교육은 교육 프로그램, 지도교사의 자질 및 학부모의 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육프로그램은 영재교육의 목적에 부합되는 구체적 실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과정과 교수학습방법으로 구성되며 학생들의 창의성과 호기심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교육공학적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능적 능력보다 더 필요한 자질은 영재에 대한 열린 마음이다. 영재교육에 대한 긍정적 사고가 우선되지 않으면 영재교육은 피곤하게 될 뿐이다.

특히 학부모의 의식은 영재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영재교육을 아무리 충실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학부모의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영재교육은 단지 진학을 위한 과외수업 정도로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는 시점에는 영재교육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부모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과외학습을 하는 이웃을 보게 되고 대학진학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자신의 자녀를 영재교육 하나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 결과 그 자녀들은 과중한 과외의 풍랑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학교수업과 여러 과외로부터 나타나는 반강제적(?) 학습 요구 때문에 영재교육원에서 부과되는 과제는 자연히 등한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과대한 수동적 학습은 영재들의 창의성을 석고화 하고 탐구심을 무력화시키며 기계적 학습에 대한 피로감만 축적하게 한다. 영재를 이렇게 내몬다면 영재교육원에서의 시간은 낭비일 뿐이다.

영재를 둔 부모들은 스스로 자랑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재들은 부모들의 장식품도 아니고 자랑거리도 아니다. 이점을 깊이 새겨듣지 않고 영재교육을 시도한다면 자녀들은 평생 동안 후회할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자신의 자녀가 영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들도 영재교육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에 따른 실천이 필요하다.

영재교육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가? 그것은 지식과 창의성이다. 지식 없는 창의성은 공허하고 창의성 없는 지식은 진보가 없다. 따라서 영재교육은 창의성을 수반하는 지식을 요구하며 이것은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의 유연한 결합을 의미한다. 어린 시기에는 지식이란게 별로 없기 때문에 창의성 계발이 영재교육의 중심이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의 양은 늘어난다. 그러므로 중,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지식에 대한 학습도 중요하게 된다. 따라서 지식이냐 창의성이냐 하는 배타적 논쟁은 소모적이며 영재의 연령에 따른 적절한 처치가 필요하다.

한편 영재들은 스스로 발견하고 탐구할 수 있는 시공간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수동적 학습량이 많게 되면 영재성이 떨어지게 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시공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주도적 학습 환경의 조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영재성이 있다고 처음 느끼게 되는 것은 비교적 어린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영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관은 현실적으로 없다. 따라서 부모들은 인근 학원 등에 자녀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선행학습에 주력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것은 개념상 오류이며 대부분 선행학습은 실제로 속진학습이라고 해야 옳다. 속진학습이란 영재교육에서 권장하는 모형으로 조기 대학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학 조기입학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영재교육은 심화학습쪽으로 권장될 수밖에 없다.

영재교육의 일차적 책임은 지도교사와 학부모다. 따라서 교사가 영재교육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학부모가 이에 준하는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는 한 영재들을 다른 길로 가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시점에서 영재교육에 투자해야 할 부분은 학부모의 교육이다. 영재들에게 기대를 거는 만큼 학부모들의 역할도 무겁다.

유윤재·경북대 영재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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