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긴 역사 속에는 많은 변화의 시기가 있었다.
약 3만~4만 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 상징과 의례를 폭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인류의 출현 후 수 백년 간 없었던 이러한 상징의 폭발현상을 가리켜 구석기혁명이라고 한다.
이때가 바로 프랑스 라스코동굴그림에서 보여주듯 인류가 예술 활동을 시작했던 때이기도 하다.
또 다른 큰 변화는 사냥과 채집이동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경을 통한 식량생산을 하게 되어 고대의 인류 4대문명 출현의 경제적 기반을 만들게 되는 사건인데 이것을 신석기혁명이라고 한다.
사냥과 채집을 하면서 이동생활을 하던 인간이 한곳에 머무르는 정주생활과 농경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신석기혁명과 더불어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이 더 이상 자연환경에만 예속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만든 인위적 환경 속에서 생활하게 된 것을 지칭하는 기원전 3500년 경의 도시혁명이 또한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활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문자의 발명, 종이의 발명, 인쇄술의 발명, 19세기 산업혁명 등도 당시에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급격한 재편을 초래했던 변화의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인류의 문화변동시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마침내 그들의 꿈을 실현하여 변화의 파도를 즐기는 역사의 주역이 되었다.
대구에도 과거 많은 변화의 시기가 있었다.
대구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기는 아마도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경이었을 것이다.
대구 팔달동 무덤유적에 등장하는 철기유물이 상징하듯 새로운 철기문화는 약 1천 년 간 지속되던 이전의 청동기문화 등을 급격히 대체하였고 이때 지역사회도 새롭게 통합되고 교역망도 점차 광역으로 연계되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다뉴세문경이라는 청동거울이 더 이상 무덤에 묻히지 않고 중국 한나라 거울이 묻히는데 이것은 한반도가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치권·교역권에 들어가게 됨을 의미했다.
대구 비산동, 신천동, 만촌동, 지산동, 평리동, 팔달동 등지에서 출토된 칼, 창, 거울, 간두령 등의 청동유물이나 철기유물은 이 당시 강력한 사회조직과 장거리 교역네트워크를 가지고 새롭게 출현한 대구지역 유력자의 존재를 잘 보여준다.
689년 신라 신문왕의 달구벌 천도계획은 비록 실패하였으나 대구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고 이 중요성은 21세기인 지금도 유효하다.
고려시대 이래 성주의 속현이었던 대구는 임진왜란 이후 경상감영이 설치되어 비로소 영남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큰 변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1900년대 초 대구의 인구는 약 3만 정도였는데 지금 250만이 되었으니 이 또한 생활양식에 있어서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대구는 과거에 영남지방에서 누려오던 많은 중심적 역할을 잃게 되었고 아직 새로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변화의 시대는 힘들고 어려운 시대임에는 틀림없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히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와 대구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2005년 새해 벽두에 중요한 것은 희망을 가지고 변화의 시대를 새롭게 설계하고 그 꿈의 성취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이상 영남지방만의 중심지가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세계 속의 대구로 위상을 잡고 도약할 수 있도록 대구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 역할에 대해서는 앞으로 열띤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볼거리가 많고 쾌적한 문화산업도시로 대구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도 만들고 현재의 경제적 위기도 돌파하며 미래도 준비하기 위하여 대구시와 정부는 문화뉴딜정책을 대구에 시범적으로 펴보기 바란다.
또 모두의 개인적 꿈을 이룩하면서 일자리가 많은 환경친화적 교육·문화도시로서 대구가 거듭나고 그를 통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새해에 희망을 설계하고 힘차게 노력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김권구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행소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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