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이젠 후반부 인생 준비 할 때

"머지않아 우리는 9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직장에서 잘 버텨야 55세 또는 60세 아닙니까? 직장을 그만두고도 30년 이상을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

40, 50대 직장인들의 하소연이다.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직장에서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리라. 평균수명이 길어진다면 좋아해야 할 터인데 오히려 그 길어진 기간에 뭘 먹고 살 것인지 고민이 앞서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직장에서 생활할 수 있는 조직수명이 개인의 평균수명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조직에 붙어 있기만 하면 노후 걱정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이제 평균수명은 80세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조직수명은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와 같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인생의 반 정도밖에 해결해주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20~30년을 보낸 뒤 남은 20~30년에 대한 대안이 없어 불안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현상을 드러커는 "중년의 위기"라고 불렀다.

나름대로 가치관을 갖고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25세부터 정년까지의 30년이라는 시간을 전반부 인생이라 한다면, 정년을 맞은 55세부터 나머지 30년의 인생을 후반부 인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반부 인생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준비하고도, 정작 자신을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생활을 영위해야 할 후반부 인생에 대해서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준비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후반부 인생의 준비를 한다는 게 고작 그 알량한 퇴직금이나 연금뿐이라면…. 이러한 문제의 근본원인은 조직은 개인을 '선별적으로' 사랑하지만 개인은 조직을 일방적으로 '짝사랑' 하는 데 있다.

예전처럼 직장에 한번 들어가서 그 직장에서 " 뼈를 묻고 나오겠다" 는 평생직장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정리해서 그 직장을 떠나게 되더라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키워 놓아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조직이 변하고 조직이 변하면 그에 따라 개인도 변해야 한다. 그래서 조직에 뼈를 묻겠다던 평생직장이 끝났다면 뼈를 한곳에 묻지 않고 호주머니에 넣어서 다니는 평생직업 시대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젊었을 때 한때 날리던 사람들도 조직에서의 사용기간이 다 되면 폐품처리될 수밖에 없는데 그저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보내는 그런 능력으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일을 열심히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사가 마음에 쏙 들어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그 일에 관한 노하우나 자신의 경험을 정리해 놓으라는 말이다. 스테판 폴란의 말처럼 '이중시각'을 가지라는 말이다. 현 직장에서 사용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다른 곳에서도 사용가치가 높지만, 현 직장에서 사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다른 곳에서도 사용가치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임원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70% 이상이라면 그 길로 밀고 나가고, 그렇지 않다면 이직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없는 가능성에 목을 매다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허둥대서는 안 된다.

일단 결정이 내려졌다면 방향전환을 시도하라. 방향을 바꿀 때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서 가지 않아도 될 길이라면 몰라도 기왕 가야할 길이라면 과감하게 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덤으로 받은 30년이라는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꾸려가기 위해서 말이다.

공선표 CEO Consulting Group 대표

△서울대 경영학석사, 서강대 경영학박사 △한국산업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컨설팅센터장(상무급), 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회 자문위원, 청와대 인사보좌 자문위원 △현 CEO Consulting Grou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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