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병이 들면 풀밭으로 가서 풀을 뜯는 소는 인간보다 영해서 열 걸음 안에 제 병을 낫게 할 약이 있는 줄을 안다고

수양산의 어느 오래된 절에서 칠십이 넘은 노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치맛자락의 산나물을 추었다.백 석 '절간의 소 이야기'

백 석(1912~?)의 시를 통해 우리는 민족의 원초적 고향을 만난다.

그가 보여주는 토속의 세계는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또한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다.

약이 되는 풀을 뜯는 소와 치맛자락의 산나물을 추는 노승의 모습이 선연하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는 그런 영험한 소와 너무 멀어져 사는구나. 약이 되는 산나물도 이제 믿을 수가 없구나. 인간은 약이 되는 자연을 의지해 사는 것을! 지금 우리는 그런 순수한 토속세계뿐 아니라 동시에 민족공동체도 깨며 살고 있구나. 이번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에서도 동물들은 천재지변에서 인간보다 예지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관광객을 태운 코끼리가 산으로 뛰어 사람들을 살리고 개가 오두막의 소년을 끌어당겨 내 구했다고 한다.

박정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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