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부자가 되는 법

부자가 되려면 노력이 약 60% 정도로 필요하고, 인내가 약 39% 정도로 필요하다. 나머지 1% 정도는 행운이 찾아와서 된다. 우리나라에 100명의 갓난아이가 태어나면 그 중의 약 95명은 일반인(월소득 700만 원 이하, 총재산 2억~3억 원 정도)으로 살고, 그 중의 약 5명은 부자(월소득 최소 1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총재산 10억 이상에서 수조까지)로 산다. 과거에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길(부동산투기, 정경유착, 생필품 매점 등)이 다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모두 정상적인 방법(근로, 자기사업 등)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 국민소득 2만~3만 달러인 선진국에서는 깨끗해야 부자가 된다. 그러나 부자는 갓난아이 100명 중에서 5명밖에 안되므로 사법고시 붙는 것만큼 어렵다.

필자가 아는 과거 대한민국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 중의 약 60%는 자수성가형 노력파였다. 음식점 대여섯 개, 슈퍼마켓 서너 개, PC방 여러 개를 하다보면 현찰 10억 원 이상이 쌓이고, 재산이 수십억 된다. 그리고 나머지 약 30%는 전문직이다. 의사나 변호사, 대기업 임원, 혹은 스포츠스타와 연예인들이 그들이다. 그리고 약 10% 정도가 재벌 후손들이다. 집안의 재물을 물려받은 10% 정도의 상속부자들 이외의 나머지 90%의 자수성가형이나 전문직종의 노력과 인내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감이다.

하루에 18시간을 서서 장사하느라 관절염이 생기고, 하루에 눈병난 사람의 눈 400개 이상(양쪽)을 쳐다보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면서 새로운 기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다. 속옷 하나로 일년을 버티고, 광고전단지 수십 장을 묶어서 자녀의 노트를 만들어주고, 양 많고 값싼 선지 우거지국을 일년 내내 먹으면서 재산을 모았다. 그러한 노력과 인내를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와 더 많은 부를 쌓게 해준다.

부자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장사를 하면서, 벤처기업을 만들어서, 전문직업의 활동을 통해서 등)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해 주는 대가로 일반인들이 주는 돈을 받아서 된 것이다. 인기 있는 슈퍼마켓을 하면 동네사람들이 와서 돈을 벌게 해주고, 새로운 통신기술을 개발하면 일반인들이 사주어서 돈을 벌고, 호감이 가는 영화를 만들면 전국민이 봐주어서 돈을 번다. 부자는 부자의 돈을 받아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부자는 일반인들의 돈을 받아서 부자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은행의 개인저축은 320조 원 정도 된다. 요새 유행인 10억 만들기는 될 수 없는 허황된 것이다. 320조의 전체 개인예금을 10억씩 나누어가지면 대한민국에 10억 부자는 딱 32만 명만 된다. 5천만 정도되는 인구 중에서 어떠한 방법을 써도 부자는 32만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것도 안되는 약 10만 명 내외만이 부자이다.

부자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세수를 할 시간도 없이 노력을 하고, 뛰어가면서 생각하고 서면서 바로 행동에 옮기고, 잠을 자지 않으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야 부자가 된다. TV드라마에 등장하는 '불량한 부자'(외제차 타고, 돈 까먹고, 바람 피우는)는 대한민국 전체 부자 중에 아무리 많아 보아야 5%도 안된다. 나머지 대부분의 부자(잠바 입고 다니고, 수제비 먹고, 양복 한 벌로 20년 버티는)는 전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친 사람들'이다. 평생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잠을 자지 않고 해오다 보니 어느 날 부자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 진실한 부자의 모습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노력을 하고, 인간의 한계까지 인내를 하면 '부자의 길'이 슬며시 다가온다. 2005년 새해에는 '노력형 부자'가 되도록 한번 결심해보자.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경영학 부자학연구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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