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과 간담회를 마치고 일어서는 기자들은 물론 지역대표들의 얼굴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도대체 오늘 뭐 하러 여기 온 거야' 라는 표정들이었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마련 및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주제로 이날 호텔에서 잇따라 열린 간담회에서 강 장관은 '뉴스 메이커'가 아니었다.
특히 이날 3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에서 강 장관의 발언은 이미 알려진 내용의 재확인에 그쳤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신행정수도 이전이 불가피했으며 다음달까지 후속 단일방안을 마련해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동시 추진한다'는 등.
'대구에 몇 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하느냐, 경북에는 몇 개의 혁신도시가 선정되느냐' 등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린 질문에는 "말 할 위치가 아니다" "건교부는 지원만 충실히 할 것"이라며 답변을 피해 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 발전정책에 공감하지 않는 지역민은 없을 것이다.
'3대 도시'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다 이젠 수도권은커녕 인천·대전 등에 비해서도 왜소해져 버린 지역이 한단계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추진 중인 각종 대안들이 '충청권 달래기를 위한 모양 갖추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만 더 키워준 듯했다.
태권도 공원 최종 후보지 선정에 이어 축구센터 부지 선정에서도 탈락한데서 보듯이 정치적 논리에 밀려 공공기관 이전·혁신도시 선정이 이뤄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만 더해 줄 뿐이었다.
이날 간담회 분위기를 지켜봤던 지역 한 고위 공무원의 푸념은 중앙정부에 대한 지역의 불신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이젠 정치적 힘도 없는데 정부는 발을 빼려 하고…시장원리에만 맡기겠다면 지역에는 도대체 누가 오겠습니까. 결국 우린 쭉정이로 남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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