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신년 기자회견에
서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일단 새해를 맞아 민생경제 살리기와 선진경제.선진한국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도 가급적 '돌출발언'을 하지 않기 위해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전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본
질과 상관없는 '곁가지 발언'으로 회견 의미가 반감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
가 회견 곳곳에서 묻어났다.
15분간에 걸친 기자회견 모두연설문도 거의 수정없이 그대로 낭독했고, 연설의
톤도 시종 조용하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주조를 이뤘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 배석한 보좌진까지 깜짝
놀라게 했던 사례도 이번에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사실 노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해 3월11일 기자회
견에서 남상국 전 대우사장 문제에 대해 "어떤 청탁도 어떤 무엇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주고 하는 일이 이제 없으면 좋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발언은 당시 남 전사장 투신 자살의 한 원인이 됐고,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
을 탄핵 국면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일부 비판론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날 모습은 전혀 달랐다. 기자들이 회견도중 이기준(李基
俊) 전 부총리의 인사 파문을 거론하면서 김우식(金雨植)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문
제를 질문하는데도 과거와는 달리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답변에 응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모두에서 낭독한 회견내용이 국민에
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며 기자들이 회견의 취지에 집중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왜냐 하면 연두회견이니까 올해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
분을 말씀드리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해석까지 달았다.
또한 용어 선택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
들에게 질문을 허용하겠다"고 했다가, 곧바로 "질문하시면 제가 답변하도록 하겠다"
고 수정했다.
지난해 제주도 한일정상회담때 '다케시마 발언'의 후유증 등 양국 관계의 민감
성을 감안한 듯 "일본 천황"이라고 표현하는데 대해서도 사전에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배석토록 함으로써 '
탈권위' 정착에 한층 박차를 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회견장엔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 권진호(權鎭鎬)
국가안보보좌관, 김세옥(金世鈺) 경호실장, 사회를 본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만
배석했을 뿐 여타 수석.보좌관은 사무실에서 TV로 시청토록 했다.
또한 이해찬(李海瓚)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도 전원 배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
이 사전에 "특별한 일이 없는데 억지로 회견장에 배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각 부처 업무에 전념하도록 조치한 때문이었다.
당초 실무선에서는 이날 회견장에 택시운전사, 환경미화원, 시각장애인 등 소외
받는 인사들을 초청해 배석토록 하자는 안을 올렸으나 "정치적인 쇼로 비쳐질 우려
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같은 변화된 모습을 놓고 "지난해 연말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는 관용과 화해, 타협의 정신과 문화를 몸소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게 아니냐"는 반응들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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