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은 한 사회의 거울이다. 그러나 지식인은 언제나 스스로 반성할 때만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식인이 외부의 영향으로 움직일 때 그 역할은 거의 사라진다.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적지 않은 문제도 지식인의 역할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나는 여러 번 '맹자'를 읽으면서 지식인의 의미를 깨달았다.
내가 2천500여 년 전 극심한 혼란기인 전국시대에 살았던 맹자를 존경하는 이유는 세상 문제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패도를 주장하였지만, 맹자는 혼자 왕도를 주장했다.
내가 맹자를 가슴 속 깊이 존경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주장을 최고 통치자 앞에서 한 번도 굽히지 않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존경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군가에게 존경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아픔을 가슴에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맹자는 먹고살기 위해 많은 나라를 전전했지만 한 번도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 않았다. 그는 당당하게 정신노동의 가치를 주장했지만,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미련 없이 떠났다. 스승을 믿고 따르던 제자들을 데리고 떠나는 맹자의 뒷모습을 상상하면 눈물이 난다. 그러나 맹자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제자 앞에서 언제나 당당했다. 제자들은 맹자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맹자가 돋보이는 것은 정치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좌절했다면 내가 존경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그는 어려운 현실을 피하지도 않았다. 피하고 숨는 일은 쉽다.
그는 정치보다 의미있는 교육에 전념하였다. 그래서 혼란한 세상에 치열하게 살다간 맹자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도 당당했고, 세상에 대해서도 당당했다. 나도 맹자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