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외지사

조용헌 지음/정신세계원 펴냄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 다 하는 취업을 거부한 채 시골에서 고택을 지키며 살아가는 광주 너부실의 강처사-뚜렷한 직업이 없지만 아직 굶어죽지 않았다. 오히려 대숲의 새소리를 들으면서 인생을 음미하며, 일만 하며 사는 서울 사람들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본다.' '대나무로 엮은 뗏목을 타고 황해를 들락거리는 윤명철-밤이 되면 캄캄한 바다 위의 일엽편주에서 별을 바라보며 명선일체(命禪一體)를 체험한다.'

잡지사 기자 하다가 주머니에 달랑 300원만 가지고 무작정 지리산으로 뛰어든 시인 이원규, 서울에서 옷가게를 하다가 전통무술 기천에 심취해 계룡산으로 들어온 박사규, 20년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집 작은 수목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박태후, 전국의 강들을 오로지 걸어다니는 신정일, 칠십 평생을 지리산에 묻혀 살아온 김을생….

참으로 팍팍한 요즘 인생살이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다. 30대에 삼팔선을 염려하고 40대는 사오정을 걱정하고 50대는 오륙도를 근심해야하는 일반 월급쟁이들로서는 도무지 남의 나라 얘기같다.

'방외지사(方外之士)-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전 2권)은 너나없이 생존에 시달리고 먹고 살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그렇게 먹고 사는 문제만 걱정하다가 한 세상 끝나는 것인가'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진정 잘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방내(方內)는 무엇이고 방외(方外)는 무엇인가. 방(方)은 원래 사방(四方)을 뜻하지만, 테두리'경계선'고정관념'조직사회를 의미한다. 또 노래방'빨래방'찜질방의 방(房)과 같이 닫힌 공간이나 구획된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방외라는 것은 방으로 상징되는 이러한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를 가리킨다. 다시말해 예전에는 산속에 숨어 사는 도인을 방외지사(方外之士)라 했지만, 현대에서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곧 방외지사인 것이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과도하게 방내에만 집중되는 삶을 고집해 왔다. 그러다보니 모든 분야에서 한 줄로만 서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줄로 늘어선 단조로운 사회라서 재미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너무 방내 지향적인 가치에 우리 모두가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인생에는 한 길만이 아니고 여러 길이 있다. 좀 더 나가면 자기가 가는 길이 곧 길이 아닐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는 길이 곧 나의 길이요, 나의 운명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방외에 나가 본 사람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는 신념을 실행에 옮긴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세상 구경 중에 사람 구경이 제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방외의 길을 가는 방외지사들의 삶을 넘겨다보는 일이 단순히 구경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삶에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다.

혹여 참고가 못 된다면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마치 예술가들의 상식을 벗어난 일탈행동이 일상의 반복에 지친 생활인들에게 활력으로 되돌아오듯이, 방외지사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방내지사들의 삶에도 활력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