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영의 최우선 순위 가운데 하나가 경제 문제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의 경제상황이 어떠했냐는 후일의 역사적 평가에 큰 몫을 차지한다.
위정자의 사소한 실수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현 정권이 그렇게 강조하는 도덕성도 경제적인 업적 앞에서는 빛을 바랜 일이 적지않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보면 이 같은 점이 극명히 드러난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던 1992년 당시 미국의 경제는 붕괴 위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일본이 자국을 앞질러 세계 1위의 대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고 이 때문에 '일본 배우기' 열풍도 불었다.
미국의 금발여성들이 일본의 긴자거리로 팔려 간다는 소위 '쇠퇴론'마저 유행했을 정도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이런 두려움과 불안감을 완벽하게 극복하도록 이끌었다.
자신을 지지한 민주당원들로부터 '보수주의자'라는 비난을 샀지만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고 금리를 낮춰 10여 년이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처럼 재임기간 동안에 도덕성 문제가 수시로 터져나오고 거짓말을 늘어놓은 대통령도 드물다.
그러나 많은 미국민들은 그가 거둔 경제적 성과는 이를 모두 상쇄하고도 크게 남는다며 그의 업적을 지금도 높이 평가한다.
대한민국의 CEO인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연두 기자회견을 하면서 새해에는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국가 경영이 목표로 하는 나라의 안전보장, 국부의 증대, 국민의 행복 증진을 달성하려면 든든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이는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의 경제 사정이 심상치 않음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 아닌가.
사실 올해는 참여정부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만큼 그간의 국가 경영의 중간 결산을 한번 해보고 문제가 있었다면 빨리 바로 잡아야 할 시점이다.
노 대통령의 5년 임기 중에서 아직 만 3년이나 남았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집권 전반과 후반은 시간 값이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나락의 기로에 선 경제다.
물론 경제 성장 자체가 국민의 행복 지수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면 국민의 행복을 위한 국가 경영도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특히 우리처럼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고도 소비를 경험한 나라의 성장 정체는 국민의식을 더욱 불안하고 우울한 쪽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도 이를 충분히 인식, 연두 기자회견 때 연설 내용의 거의 전부를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경제를 살리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이처럼 분명하다면 앞으로 대통령의 행동의 초점도 오로지 거기에 맞춰야 한다.
또 나라가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0월15일 탄핵사태 후 업무에 복귀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합과 상생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말에 그치고, '당동벌이(黨同伐異)'가 지난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뽑혔다.
당동벌이가 올해도 되풀이된다면 노 대통령의 '경제 올인' 의지도 빛을 보려야 볼 수 없음은 분명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의 선진경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공식논평을 냈다.
이제는 정치권 모두 말 잔치에 그치지 않고,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당(唐) 태종과 함께 '정관(貞觀)의 치(治)'라는 태평성대를 일궈낸 위징은 '겸청즉명(兼聽卽明), 편청즉암(偏聽卽闇)'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마음을 열고 넓게 들으면 총명해지지만, 꼭 닫힌 마음으로 듣기 좋은 말만 가려 들으면 미망(迷妄)에 사로잡힌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간의 우리 사정은 너무 심각하다.
이를 반영하듯 2002년의 사자성어는 정치권 철새들을 비난하는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은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꾸짖는 '우왕좌왕(右往左往)'이었다.
하나같이 어둡고 부정적이다.
2005년의 사자성어는 노 대통령이 말한 '화합상생'까지는 안되더라도, 시급한 경제 회생을 위해 '겸청즉명, 편청즉암'의 지혜를 모두가 살려 '구동존이(求同存異)'나마 됐으면 좋겠다.
서로 의견을 조율해 합치점을 찾되 의견의 일치가 정 안될 경우 그대로 내버려두고 후일을 기약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우리 정치권, 정말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정치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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