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老益壯)'이란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같은 패기가 바뀌지 않고 오히려 굳건하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후한서(後漢書)'의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말이다. 평소 마원은 '대장부라는 자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는 말을 했다. 실제 광무제 때 늙어서도 대장군이 돼 군대를 이끌고 정벌 길에 올라 흉노 토벌에 큰공을 세우기도 했다. 더구나 '가멸지더라도 사람에게 베풀지 않으면 수전노일 뿐'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요즘 인사에 60대가 보이면 웬일인가 싶어지고, 70대가 끼어 있으면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 정도다. 사실 우리 사회는 '몇 년생 커트라인'이라는 그물망에 샐러리맨들을 가두고, 축출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수명은 갈수록 길어져 고령사회를 향해 치닫고 있으며, 80이 넘어 90대에도 정열과 의욕이 사람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93세의 의사가 '제자의 제자' 원장이 경영하는 병원에서 현역으로 인술(仁術)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대구 세강병원(원장 김진균) 소아과 과장으로 일하는 최정헌(崔正憲) 경북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 병원 원장 권유로 지난해 3월부터 '월급 의사'로 일하는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오전 진료만 맡고 있으나 어린이들에 대한 열정은 놀라울 만큼 뜨겁다.
○...평남 출신으로 경성의전을 나와 1947년 월남, 28년 간 경북대 의대 소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천800여 명의 제자를 기르기도 한 그는 1977년 정년퇴임 후에는 개업의로 활동해 왔었다. 소아과 의사들의 바이블 격인 '넬슨 소아과학'의 판이 바뀔 때(17판)마다 정독하는 '학구파'지만, 그 바탕엔 어린이들을 훌륭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려는 '외길 사명감'과 '깊은 사랑'이 남다르게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이 미담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밝아져 세상이 더 많이. 속속들이 보인다'는 고갱의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경륜과 지혜의 무게는 분명 소중하게 떠받들려져야 마땅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원이 노익장의 '베풂' 미덕을 강조한 바 대로 '의사는 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환자에게 정신적인 힘도 키워줘야 한다'는 최 과장의 의료관은 얼마나 고귀한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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