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었던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 체류자들이 가까운 병·의원에서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게 됐다.
약도 공짜다.
13일 오후 7시30분 동구 동일교회. 대구 기독 의사회, 약사회 회원 50여 명이 외국인 근로자 20여 명을 초대했다.
"여러분, 기침 재채기로 고생할 때는 언제든 우리 병원을 찾아주세요. 돈도, 신분증도, 비자도 필요 없습니다.
몸만 오세요." 김난희 기독의사회 회장의 말에 모두가 환호성과 함께 힘찬 손뼉을 쳤다.
이날 대구 기독 의·약사회 소속 병·의원 32개소와 약국 43개소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가출 청소년들이 무료 진료를 받고 처방전만 있으면 약까지 제공하자는 '파랑새 진료단' 발대식을 가진 것.
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아파도 회사 눈치를 보며 고통을 견뎠고 어떤 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고국으로 쫓겨났다"며 "석 달 전 성서공단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가 기침이 폐결핵으로 번져 사망한 것도 의료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도와주신다니 정말 반갑다"라고 말했다.
불법체류자 샤랏(29·인도)씨도 "웬만한 감기나 몸살은 참았고 공장에서 크게 다쳤을 때도 하소연할 때가 없어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약국에서 알약 정도를 사먹으며 견뎠는데 이렇게 고마운 분들을 만나게 돼 벌써부터 힘이 난다"고 기뻐했다.
기독 의·약사회는 우선 1년간 시행해본 후 매 분기별 평가회를 거쳐 참여 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노동상담소 및 청소년 쉼터의 진료의뢰서만 있으면 무료 진료, 무료 투약을 원칙으로 했다.
또 외국인 노동자 중 중증 질환자는 기금을 조성해 수술해 줄 예정이다.
명덕교회 김상일 장로는 "소외되고 억압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한 기본권마저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제도적으로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단체와 병·의원 및 약국이 도와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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