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도입을 검토중인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와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Immunity)는 검찰의 수사관행에 큰변화를 불러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플리바게닝이 도입되면 형사사건 처리과정에서 자백사건과 부인사건을 이분화함으로써 자백사건을 신속 처리하는 대신 부인사건의 수사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절차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성폭력범죄나 조직폭력 사건 등과 같이 피해자가 가해자 대면을 꺼리는 사건에서 플리바게닝이 도입될 경우 수사과정의 대질신문이나 법정 증인소환과 같은 껄끄러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이 제도의 장점이다.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 역시 자신이 증언한 내용이 타인의 범죄사실과 겹친다하더라도 검찰이 이 부분만큼은 증인에 대해 불리한 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증거 수집이 용이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은 이들 제도가 도입되면 검찰의 독단적·편의적 수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피의자나 증인의 진술 취득과정에서 법관의 확인 등 정형화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감시 및 견제 장치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증거가 확보된 자백사건의 신속한 처리에 방점을 두고 이들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듯하지만 뇌물 등 당사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사건의 해결을 위한 자구책이 아니냐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대형 뇌물 사건에서 심심찮게 무죄가 선고되고 있지만 철야·강압수사의 지양, 변호인의 수사과정 참관 등으로 인해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법정에서 나온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사건을 심리하는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검찰 조서도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례까지 나와 검찰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진 것도 이들 제도 도입을 검토한 배경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첨단 수사기법의 개발 등을 통해 변화된 수사환경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과학수사가 모든 사건을 해결할 만능이 될 수 없는 현실이 플리바게닝 등에 매력을 갖게 된 동기인 셈이다.
검찰은 작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 외국으로 도피한 김영완씨 측에 "자진귀국해 수사에 협조할 경우 불구속 수사도 검토할 수 있다"며 일종의 플리바게닝을 시도한 전례가 있어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 제도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향후 추진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범죄에 대한 철저한 증거수집을 통해 범죄를 입증하고 상응한 처벌을 해야할 검찰이 범죄자와 협상, 형을 경감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이나 정의 관념에 배치될 뿐더러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검찰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다는 게 비판론의 골자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범죄인의 형량이 정해지는 구조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도록 한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와는 일정부분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향후 논란거리다.
김주덕 변호사는 "검찰이 범죄자들과 형량을 놓고 흥정하는 것은 편의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정의의 관념에도 반한다"며 "검찰은 수사관행을 개선하고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개발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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