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다 명계남 당의장으로 짜여진 정부여당의 진용을 상상해 보시라. 말아먹기 딱 좋은 구조다."
친노 논객으로 알려진 공(孔)모씨가 인터넷 친노 사이트에 띄운 글의 일부다. 공씨는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노사모 출신들이 주축이 된 '국민참여연대'라는 정치세력을 결성해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 나설 뜻을 비치자 즉각 반론을 제기하며 이 글을 띄웠다.
그는 진정으로 노 대통령을 위한다면 명씨의 정치 참여를 막아야 한다며 "참정련이든 국민참여연대든 열린 우리당이 당권 세일로 폭리를 취하려는 정치 모리배들에게 접수되는 바로 그날은 노무현 정권이 흙더미 덮고 영원히 잠든 날로 기록될 것" 이란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또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물어보시라. 집권여당이 '노빠당'이 되는 찰나 가뜩이나 협소해진 참여정부의 지지층은 또다시 반토막 날 확률이 다분하다. 노빠 일색으로 이루어진 여당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환멸감과 혐오감을 불러올게 뻔하다"는 고언도 쏟아냈다. 그의 국민참여연대정치 비판글은 글의 호소대상이 친노세력 그룹들중 선배 그룹격인 '노하우 21'맴버들에게 충정을 읍소한 형식으로 돼있어 마치 상소문 같은 글 분위기를 띠고 있다.
혁명이든 반정(反正)이든 선거로든 정치세력이 집권을 하고나면 주류세력이 비대해지기 시작하고 비대해진 주류 속에서 다시 핵심되는 주류세력에 갈라져 태어나고 다시 그 세력에 반대되는 부류가 등장하여 내편 네편으로 갈리는건 권력이 갖는 필연적 속성이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 기반이었던 친노세력 그룹도 불과 집권 2년사이에 386참모진 그룹과 개혁당 출신 그룹, 거기다 이번에 노사모 출신 그룹의 국민참여연대라는 그룹이 서로 '진정한 친노 개혁 세력'임을 내세우며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 그들이 받들던 노 대통령의 일부 정책 변화를 비판하기까지 한다.
집권 공신들의 그런 움직임을 두고 띄운 이번 공씨의 '상소문'같은 논박은 350여년전 인조반정으로 개혁적인 새 왕권을 세운 반정공신들의 분열을 비판했던 호조판서 원두표의 상소문을 떠올리게 한다.
350여년이란 세월이 떨어져 있지만 이왕 집권공신 그룹간의 정치세력 다툼의 폐해를 우려하고 비판한 공씨의 '상소문'이 공개된 김에 노정권 주변 세력이 걸어가야할 정치노선을 되짚어보라는 의미에서 원 판서의 옛 상소문을 끄집어내보자.
"슬프오이다. 선비가 이 세상에 나서 한 조정에 같이 처해서 한 임금을 함께 섬기는 신하로서의 의리를 보면 응당 임금 섬기기를 아비와 같이 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한갓 사사로움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붕당을 갈라서 서로 곁눈질하고 알력을 빚어 백성을 괴롭히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 역시 인(仁)하지 못한 것이 아니오니까. 한번 붕당을 갈라 색목(色目)을 세운 뒤로부터는 모두다 주장하는 명색이 있어 대대로 그 이론은 전해집니다.
자기와 같은 당(黨)인자는 도와주고 다른 당인자는 배척하여 사리의 시비를 논하지 않고 오직 자기당이면 옹호하고 남의 당이면 쳐부수기 때문에 온 조정 사람들이 오로지 당파논쟁만 일삼고 국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재주와 식견이 뛰어나고 남다른 사람이 있어도 자기 당에 속하지 않으면 백가지 꼬투리로 헐뜯어 용납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성행(性行)이 비록 옹렬한 자라도 자기 편에 붙는자는 입을 모아 칭찬하기를 마지않아 반드시 높은 자리에 오르게 합니다. 그런자들을 벗이라 부르고 무리를 모아 밤낮으로 쑥덕거리는 실정입니다.
이러니 천가지 방법과 만가지 꾀를 짜서 틈을 비집고 들어가 반대 당을 누르고 자기 당을 건져내는 계책만을 일삼으며 나라의 안전하고 위태로움이나 백성들의 편안하고 근심스러움 따위를 마치 강건너 불보듯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므로 인심이 날로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스스로 청류(淸流)라고 자처하는 자들도 권력에 달라붙거나 세력 큰쪽에 아부하기를 부끄럽게 생각치 않게 되었습니다…."
국민참여연대가 출범 하는 날 벌써 25명의 열린우리당 현역 국회의원들이 국참련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들이 공씨와 원 판서의 상소문을 읽으면서 어떤 해석을 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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