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산골 가난한 집에 한 아이가 살았어. 그런데 이 아이는 마음씨가 너무 착해서 남의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 줬어. 남이 달라면 먹던 음식도 내 주고 입은 옷도 벗어 주고, 남이 해 달라면 비오는 날 논도 매 주고 한밤중에 나무도 해다 줬지. 그런데 살림이 너무 가난한 탓에 밤낮 다른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받았어. 아주 개밥에 도토리 신세로 산 거지.
하루는 동네 아이들이 산에 더덕을 캐러 가기에 이 아이도 따라갔어. 어느 곳에 가니까 밑으로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있는데, 그 낭떠러지 가운데쯤 발 디딜 만한 곳이 있고, 거기에 더덕이 많이 나 있더래. 그걸 캐고는 싶은데 낭떠러지가 험해서 아무도 내려갈 엄두를 못 내지. 그러다가 다른 아이들이 이 가난한 아이더러 내려가 보라고 살살 꾀었어.
이 아이도 겁이 났지마는 남의 청을 못 뿌리치는 성미라 큰맘먹고 내려갔어. 더덕 담아 가려고 집에서 가지고 온 둥구미가 있었거든. 그걸 타고 내려갔지. 둥구미에다가 칡으로 길다란 끈을 엮어 달아서, 다른 아이들이 위에서 끈을 잡고 내려뜨리는 걸 타고 내려갔어. 내려가서 더덕을 캤지. 다 캐 가지고 둥구미에 실어 올려 보냈어. 그러고 나서 둥구미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는데, 어허 이런 변이 있나, 아무리 기다려도 둥구미가 안 내려오네. 위에 있던 아이들이 더덕만 챙겨 가지고 그냥 집으로 가버린 거야.
이래서 이 아이는 그만 낭떠러지 가운데서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됐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벼랑에 조그마한 굴이 하나 있더래. 비바람이나 피하려고 굴 안에 들어갔지. 들어가 보니 안이 제법 넓어서, 이 아이가 거기서 하룻밤을 잤어. 그리고 그 이튿날 잠을 깨어 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굴 안에 들어와서 혀를 낼름낼름하고 있지 뭐야.
'아이고,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구렁이한테 잡아먹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가만히 보니 구렁이가 굴 안쪽으로 스르르 기어가더니, 거기에 나 있는 파란 풀을 낼름낼름 핥아 먹더래. 그러고 나서 도로 밖으로 스르르 기어나가는 거야.
'저게 무슨 풀이기에 저러는 걸까.'
하고, 이 아이도 그 풀을 캐서 먹어 봤지. 그랬더니 향긋한 냄새가 입안에 돌면서 이상하게도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더래. 배도 안 고프고 말이야. 그 다음부터 이 아이는 기운이 빠지거나 배고 고플 때마다 그 풀을 캐 먹었어. 그 풀을 먹기만 하면 금세 기운이 솟고 배가 불러지니까 걱정 없지. 이 아이는 그 풀 덕분에 굴 속에서 겨울을 나면서도 끄떡없었어.
이러구러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이 됐는데, 하루는 그 때 그 구렁이가 또 굴 안에 들어왔어. 그런데 이번에는 얼른 안 나가고, 자꾸 자기 옆에 등을 돌려대고 미적거리고 있더래.
'나더러 제 등에 타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이 아이가 구렁이 등에 올라탔어. 그랬더니 구렁이가 굴 밖으로 나가서 스르르 벼랑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거야. 그 덕택에 이 아이는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됐지.
그런데 이 아이가 바깥 세상으로 나오기 전에 굴 안에 있던 신기한 풀을 한 포기 캐 가지고 나왔거든. 그게 바로 산삼이야. 그 산삼을 땅에 심어서 씨를 받아 뿌리고 뿌리고 해서 이 세상에 산삼이 널리 퍼지게 됐단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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