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밖에서 배운다-칠보공예체험

자연의 색은 너무나 다양해 그 색감을 흉내 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 선조들은 신비로운 자연의 색을 재현하려는 욕구를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그 중에서도 칠보공예는 자연의 색을 닮으려는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자유로운 표현의 상징인 칠보공예를 체험하기 위해 대구 중구 대봉동의 에스'리모쥬 귀금속 디자인연구소의 손정혜 작가를 찾아갔다.

▲칠보공예 알기

"옛날엔 칠보를 '파란'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다가 1900년대 이후 칠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칠보는 오색찬란한 유리질을 다채롭게 입혀 구워내는 독특한 기법으로 7가지의 보석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색상과 광택을 표현해 낼 수가 있어요."

갤러리 겸 판매장을 겸하는 에스'리모쥬를 찾은 체험팀에게 손정혜 작가는 챙겨둔 자료를 내보이며 상세히 알려주었다. 칠보는 영어로 에나멜링이라고도 하는데 금'은'동 등의 금속이나 점토, 유리 등에 문양을 새겨 여러 가지 유리질 유약을 입힌 뒤 700~900도 사이에서 구워 낸 것을 말한다고 했다. 옛날엔 장신구나 생활용품에 보석 대신 사용한 귀중품이었다는 설명과 함께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는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칠보공예가 조금이나마 이해되었다.

"칠보는 참 신비한 예술이에요. 인간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 색감을 표현할 수 있어 일반인도 몇 가지 기법만 알게 되면 자유롭게 공예품을 만드는 장점이 있어요."

칠보는 삼국시대의 금으로 만든 장신구에서 처음 볼 수 있는데 조선시대에 이르러 가장 많이 보급되었고, 외국의 경우엔 중국을 비롯하여 서양 여러 나라에서도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 19세기에는 새로운 기술이 많이 발명되면서 다양한 칠보 작품들이 여러 나라에서 제작됐다.

칠보공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약의 주성분은 규석, 소다회, 붕사, 붕산이며 유약의 종류엔 불투명, 투명, 반투명 유약이 있다. 색상을 내는 데는 여러 가지 혼합물이 이용된다. 예를 들어 철산화물은 붉은 계통의 색감을 얻는데 쓰이고, 투명한 빨강은 금이며, 산화은은 불투명 황색 계통의 색감을 얻는데 쓰이고, 산화동은 녹색을 얻는데 쓰인다.

▲칠보공예 체험

손정혜 작가의 설명과 작품 감상이 끝나고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 체험팀을 위해 두 가지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열쇠고리와 동판을 이용한 작품 만들기였다.

"칠보공예는 그 기법이 무궁무진해서 모두 알기는 어려우므로 오늘은 가장 기본이 되는 뿌리기, 휘젓기, 긁어내기, 얹기에 대해 알아봅시다."

뿌리기는 먼저 사각형 동판에다 접착제(C.M.C)를 바르고 작은 체를 이용해 유약가루를 뿌린 위에 여러 가지 색깔의 덩어리 유약과 선 유약을 얹는다. 표현물을 돌출시키는 양각기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무엇이든 재료를 얹어서 표현한다.

긁어내기 역시 유약가루를 뿌린 다음 주걱, 붓, 못 등의 끝부분을 이용해 뿌려진 가루를 긁어내면서 글자나 선을 만든다. 일종의 음각기법이다. 또 마블링 효과를 내는 휘젓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닌 신비로운 모양이 얻어져서 아이들이 가장 신비로워 했다.

열쇠고리의 재료가 되는 타원형 동판과 사각형 동판을 이용해 나름대로 표현해 놓은 작품을 굽는 시간. 어떤 모양이 나올지 모두 궁금해 했다. 전자레인지 크기의 전기로에 아이들의 작품이 들어가자 3~4분 만에 완성품이 나왔다. 보통 불을 이용한 도자기나 귀금속 공예품들은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데 잠깐 만에 자신이 만든 작품을 만져본다는 사실에 아이들의 성취감은 더욱 높았다.

"칠보공예는 다른 공예품과 달리 실패하면 몇 번이나 수정, 반복해서 고칠 수 있습니다."

칠보공예가 일반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고 아이들의 창의성을 유도할 수 있으며, 또한 색감을 이용한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산만한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활동이라고 했다.

체험팀의 박준하(경운초 4년)군은 열쇠고리를 만드는 동판재료에 "언덕이 혼자 외로워서 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라면서 "칠보공예가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한 표현이 많아 좋았다"라고 했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문화원장)

사진: 체험팀 어린이들이 손정혜 작가로부터 칠보공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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