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자녀 함께 꾸미는 겨울방학

두 달의 긴 겨울 방학은 학교 수업과 학원에 찌들린 아이들에게는 달콤한 탈출구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다. 아이들은 부모가 신경 쓰고 도와주는 만큼 지적 능력과 사고력이 자라기 때문에 학습 태도와 건강, 생활 습관 등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3월이면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아들과 1학년이 되는 딸을 둔 한상권(44·심인고 교사)·조경애(39·동부고 교사)씨 부부를 통해 내 아이를 두 배로 성장하게 만드는 방학 교육법을 알아보자.

△체험은 가장 소중한 재산

맞벌이를 하느라 평소 아이들에게 신경 써 주지 못하는 게 늘 맘에 걸린다는 한상권·조경애 부부는 방학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테마 여행을 다녀온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벌써 지난 연말에 5박 6일 간 강화도 역사 기행을 다녀왔다. 직접 체험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라고 굳게 믿는 한씨는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원칙을 세우고 꼭 실천하고 있다.

"방학 때는 거리가 멀어 주말을 활용해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기도, 강원도 등 장거리 여행을 주로 다닙니다. 방학 시작과 끝 무렵 두 번은 역사나 책 등의 소재를 택해 테마 여행을 다녀오고 틈틈이 가까운 경주나 고성 공룡화석, 영주 부석사 등을 둘러보고 있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교과서나 관련 서적, 인터넷 등을 뒤져 방문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반드시 챙겨 간다. 자녀와 함께하는 여행은 부모가 아는 만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까지 오가는 차 안에서는 온 가족이 '끝말잇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재미와 교육 효과를 같이 얻는다.

△함께하는 책 읽기

이들 가족은 평소에도 2주일에 한 번은 인근 효목도서관을 방문한다. 책 읽을 여유가 충분한 방학 동안에는 매주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 가는 날은 가족이 나들이 가는 날이다. 오후 내내 도서관에 앉아 서로 책을 골라주고 책에 대해 대화도 나누는 것이다.

아빠, 엄마와 아들 수교까지 해서 모두 3장의 대출카드를 이용해 도서관에 갈 때마다 15권의 책을 한꺼번에 대출해 온다. 10권은 수교 몫, 5권은 딸 해원이 몫이다.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해원이는 5권으로 부족해 이해도 어려운 오빠 책을 들고 있기 일쑤다. 해원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보다 자신만의 대출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들떠 있다.

수교와 해원이가 이처럼 책읽기에 몰두하는 것은 아빠'엄마가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조씨는 "자녀에게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수백 번 말하기보다 함께 도서관에 가고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과학책을 특히 좋아하는 수교는 지난해 말 퀴즈프로에 나가 '독서의 힘'을 톡톡히 체험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서너 권의 과학 서적을 읽었던 것이 문제를 푸는데 결정적 도움이 됐던 것.

하지만 이런 수교에 대해 아빠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한씨는 "일단 아이가 좋아하니 과학책 등을 통해 많은 지식을 익히도록 하고 있지만 지식보다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보다 폭넓은 인문'사회 분야 독서를 통해 삶의 가치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라고 했다.

△예·체능에도 투자

부부는 가끔 아이들 교육 문제로 다툰다. '여행과 책 읽기'를 강조하는 아빠와 공부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엄마의 주장이 맞서기 때문. 하지만 결국에는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의 공부만 시키는 데서 합의점을 찾는다. 현재 수교는 영어 학원에만 다니고, 수학과 한자는 학습지를 통해 공부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한결 자유로운 셈.

한씨는 "방학 때는 좀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기 위해 모든 학원과 학습지를 중단할까 했지만 일단은 계속하기로 했다"라며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우리 교육 풍토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신 수교는 올 겨울 수영에 도전했다. 운동신경이 둔한 탓에 "운동회에서 달리기 2등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이라는 수교는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수영 배우기를 계획했다고 한다.

조씨는 "내 아이가 뒤처질까 하는 걱정에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는 하지만 체력과 예능 측면에서도 소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방학 동안 한 가지 이상의 악기와 스포츠는 꼭 가르칠 계획"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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