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구의 공공도서관들은 승용차를 끌고 가기가 짜증스러울 정도로 주차 사정이 좋지 않다. 겨울방학 특강이 끝나는 시간대에는 자녀들을 태우러 오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몰리는 통에 진입조차 어렵다.
단순하게 보자면 주차 공간 부족이 이유다. 그나마도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 등을 준비하는 이른바 '독서실' 이용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해 버리니, 일반 이용자들이 차를 갖고 들어가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여기서 우리 공공도서관의 근원적인 한계들이 발견된다. 우선 턱없이 부족한 공공도서관 숫자의 문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300개를 겨우 넘는다. 인구 13만 명당 1개꼴이다. 세계에서 공공도서관을 가장 많이 보유한 영국(7천여 개로 인구 8천600명당 1개)이나 미국(9천여 개)과는 비교하기 힘들다고 해도 튀니지나 슬로베니아 수준에 머문다는 건 경제 규모에 비춰볼 때 부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공공도서관 대다수가 찾기 힘든 외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문제. 도서관 설립 때 도서 대출, 열람, 시민교양강좌 등의 기능이나 접근의 편리성에 맞춘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도서관에 가기는 자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공도서관 설립과 운영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으로 나눠진 것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구의 공공도서관들은 대구시청이 설립하지만 운영은 대구교육청이 하다 보니, 정작 투자 주체인 대구시청에는 공공도서관의 필요성이나 운영 등에 대한 마인드가 극히 부족한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 공공도서관은 여러 가지 문제와 한계점을 안고 있지만,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의 보여주는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그저 한두 가지 기능을 확충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 교육과 문화, 정보의 중심지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적'인적 투자들이 요구되지만, 올해는 우선 접근성이라도 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주차 공간 확충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도서관을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어떻게든 늘리고, 시내버스나 지하철과 연계되는 셔틀버스라도 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차 공간은 차라리 더 줄이는 게 어떨까 싶다. 거기에 간이 도서 대출'반납 코너를 만들고 차량들의 통과 구간을 확보한 뒤 인터넷과 연계시키면 훨씬 수월하게 도서관의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지 않을까. 남는 공간에 어린이들이 책을 읽다가 나와서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라도 만들면 한층 건강한 도서관이 되지 않을까.
유네스코는 공공도서관을 '지역사회에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로, 개인과 사회집단의 평생 교육과 자립적인 의사결정 및 문화적 발전을 도모함에 있어서 기본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 공공도서관들이 시민들에게 더욱 밥 같고 빵 같은 존재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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