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영어를 잘해도?
민족사관고는 EOP(English Only Policy)라는 '영어 상용화 정책'에 따라 수업은 물론 모든 일상 대화까지 영어를 쓰게 한다. '한복 입고 갓 쓰고 미국식 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학교에 입학하고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영어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영어 점수만으로 입학이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TOEFL(300점 만점 CBT)에서 240점을 받은 학생은 합격했는데 270점인 학생이 떨어진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이 학교에 입학을 했다가 토론식 수업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하는 사례도 가끔씩 있다.
◇현실-점수지상주의
특목고와 대학에 입학하거나 기업체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정 수준의 영어자격시험 점수가 요구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수험생과 대학생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수 올리기에 매달린다. 좋은 점수를 받아 '우선 들어가고 보자'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주입식 교육으로 얻은 영어 점수는 창의성과 실전 감각을 필요로 하는 학업이나 업무의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요즘 영어교육 시장에서는 말하기(Speaking)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가장 큰 이슈다. 오는 9월부터 말하기 테스트가 도입되는 TOEFL의 변화 때문이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운 사람의 말하기 능력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쫓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와 설득력 있는 언변은 노력에 의해 성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방법-Academic Study 준비
새로 시행될 IBT(Internet-based Test) TOEFL에서 주목할 점은 통합적인(Integrated) 언어 능력에 평가의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어진 글을 읽고 녹음된 내용을 듣고 질문을 하여 그 답을 글로 옮기는 방식이다. 쓰기를 평가하기 위해 읽기와 듣기도 병행하여 글을 쓰도록 유도한다. IBT TOEFL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영어권에서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비하려면 종전과는 다른 방식의 훈련이 필요하다.
i) 속독속해 능력을 키운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의 독해 능력에 근접하려면 1분에 350~400단어 정도를 읽어야 한다. 작은 문고판의 경우 한 페이지를 약 1분15초 안에는 독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는 속도보다 2배 가까이 빠르다. 글 읽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독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른다. 책을 읽는 동안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면, 그 의미를 문맥을 통하여 유추하여 생각하고, 그 다음에 몰랐던 단어들을 정리하여 외운다. 비슷한 수준의 읽을거리를 더 많이 접하여 읽는 속도를 점차 늘린다.
ii) 장르와 어투(Accent)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듣기 연습을 한다. 뉴스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 토크쇼 등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폭넓은 지식과 간접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 영어는 국제 공용어로 사용되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어투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미국식 영어만을 고집한다면, 영국식 영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마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발음과 말의 속도를 익혀 글로벌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iii) 읽고 들은 내용은 반드시 자기의 글로 쓴다. 듣기와 읽기를 통해 얻은 정보나 지식, 줄거리 등을 논리적인 구성에 입각하여 Paraphrasing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읽고 들은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읽고 들을 때보다 글을 쓸 때 영어로 사고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500단어 분량의 내용을 읽거나 듣는 데는 2~3분 정도면 되지만 같은 분량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10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iv) 쓴 글은 자신의 말로 발표(Presentation)한다. 수사학적인 기교를 사용하여 읽고 듣고 쓴 내용을 말로 표현해 본다. 영어식 발표를 잘 하기 위해서 주장하고자 하는 주제나 소재를 먼저 명확히 밝히고 부연 설명하는 연역적인 방식이 적합하다. 표정과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담겨야 한다. 단락이나 내용이 바뀔 때는 Therefore, In addition, As a result, Furthermore, In Conclusion 등과 이어주는 단어(Transition)들을 적절하게 사용해 주의를 끌면서 시간의 분배도 잘 해야 한다.
정원철(앤도버스쿨 부원장)
사진: 앞으로의 영어 공부는 단순한 점수 올리기가 아니라 실제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 위해 빠르게 읽고 듣기, 쓰기와 발표 등 단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