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분만 건보적용…빛좋은 개살구?

순수 분만비만 혜택 본인부담 감소 적어

지난 8일 산부인과병원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김모(29)씨는 영수증을 받아보고 놀랐다.

새해부터 자연분만시 보험혜택이 되는 줄 알았는데 첫 아이 낳을 때보다 고작 8만 원 줄어든 것. 병실료, 식대, 아기 검사비 등 보험이 안 되는 항목이 더 많다는 병원 측의 설명에 김씨는 "괜히 기대만 했다"고 허탈해 했다.

올해부터 병원에서 자연분만시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됐지만 그 범위를 놓고 산모와 가족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새 요양급여기준에 따르면 △정상분만 △유도분만 △흡입분만 △둔위분만(태아가 거꾸로 선 경우)시와 △초산때 제왕절개를 받은 산모가 수술을 않고 출산한 경우에만 분만비용에 대한 본인부담이 면제된다.

어떤 경우에도 (제왕절개)수술을 받으면 보험적용이 안 되는 셈이다.

대구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는 "산모들이 자연분만만 하면 출산비용 전액이 공짜인 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급 병실료, 식대, 아기 건강검진·접종비· 제증명발급료 등 순수한 분만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종전대로 환자가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술 여부만을 기준으로 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산모나 태아 상태가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할 만큼 위급해도 환자 가족이 '출산비용을 부풀리려는 게 아니냐', '자연분만이 더 낫다'고 고집하거나, 태아가 거꾸로 서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난감하다"며 "수술시에도 예외규정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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