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배우자와의 친밀감

30대 남자가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다. 중매로 만나 한 달 만에 결혼했는데, 신혼 때부터 시작된 아내와의 각방 생활이 벌써 5년째란다. 아내는 성관계를 꺼렸고, 남편 또한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몰랐다. 남들과는 잘 어울리는 아내가 밉고, 정조도 의심스러워, 다툼과 화해, 별거가 반복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남자는 의욕저하, 외로움, 불면증 등으로 힘들다고 하였다.

성인기는 20~41세에 이르는 시기로, 친밀감 형성을 통해 결혼하여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이다. 친밀감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가깝게 맺어져 있다는 느낌을 이르는 것으로, 성관계, 친구관계 및 다른 깊은 교제를 가능하게 한다. 위의 경우처럼 배우자와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면, 자신에게만 몰두되어 상대방이나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 최근에는 독신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 시기에 결혼을 한다.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한 기본 과제인 배우자와의 친밀감의 형성.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보며 생각해본다.

주인공 폴의 아내는 어제 영문모르게 자살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아내가 위층 남자와 오랜 불륜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경멸과 무관심으로 방황한다. 우주 진리는 이해할 수 있어도, 아내와 200년을 함께 산들 그 마음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고통스런 기억을 잊으려고 새 아파트를 구하러 간 폴은 낯선 여자와 마주친다. 둘은 무의미한 대화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욕망에 부풀어 오른 듯,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다. 아내의 죽음이 가져다 준 허탈감과 배신감을 메우려는 의도였을까. 동물적 행위가 끝난 뒤, 둘은 기약 없이 헤어진다.

잔느라는 이 20대 여자에겐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었다. 그러나 잔느는 약혼자보다는 짙은 고독감이 배어나는 폴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잔느는 남자의 이름과 아내와 개인력에 대해 물어보지만, 그는 거절해 버린다.

어느날 잔느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폴은 책임감 없이 떠나버린다. 뒤늦게 폴이 잔느를 찾아오지만, 이미 잔느는 약혼자에게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한 후다. 탱고 컨테스트가 열리고 있는 홀에서 만취한 채 비틀거리며 탱고를 추는 폴. 잔느는 폴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폴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였다.

예일 대학 스턴버그 교수는 사랑에는 친밀감, 열정, 책임감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했다. 잔느와 폴은 이 3가지 요소의 위상이 계속 어긋나면서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도망가는 잔느를 미친 듯이 쫓아가는 폴은 결국 잔느의 총에 맞아 죽는다.

연애와 결혼은 성인기에 겪는 가장 심각한 체험이기도 하다. 비록 서로의 선택에 따라 결합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사랑이란 감정만으로 이해될 수가 없는 일이 많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나와 상대방의 성격과 어른됨의 정도를 미리 점검해보는 것도 실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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