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둥이 아빠 배진덕의 얼렁뚱땅 살림이야기

가사는 여자일?

"정말 글처럼 하고 있는 거냐?"

집에서 애 보고 음식 만드는 이야기를 신문에 올리니 주위에 아는 친구들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반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다시 보게 됐다는 표정이더군요. 대부분 결론은 '꼴값을 떨어라'라는 격려(?)로 끝나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집에서 열심히 밥하고 애 보고 청소해도 아내로부터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그 첫째 이유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했거늘, 하물며 저는 집에서 한 일을 이렇게 소문 삼아 신문에도 올리니 집사람의 입지가 한없이 좁아져서 그럴 것이요, 둘째는 애 보고 반찬 등을 만들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 집사람에게 티를 내면서 '생활 잘하라'는 식으로 잔소리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내는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 아예 해 주지 말고 잔소리도 하지 말라고 불만을 터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은 아내로부터 어떠한 식의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육아와 가사는 대개 아내의 몫일 터인데 아내를 대신해서 일했으니까요.

만약 제가 보다 크게 생각해 육아와 가사는 아내의 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일이고 아내보다 힘도 좋고 칼질도 잘하는 제가 하는 것이 오히려 능률적이라고 여긴다면 전 진짜 사랑받는 남편이 될 텐데…. 하지만 선뜻 그렇게 사고의 전환이 되지 않음은 제가 부덕한 소치겠지요.

간혹 부부간의 갈등으로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아내가 바깥일을 이유로 남편인 자신과 집안일을 소홀히 대한다는 것입니다. 여자들은 집안일과 회사일을 동시에 하는 자신을 남편이 이해하지 못하고 집안 일을 도와주지도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부 사이의 불만은 자기가 해야 할 일과 안 해도 될 일이 있다는 나름대로 금을 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보입니다. 사실 가사는 가정의 일이고 가정은 가족들로 구성되는데 네 일 내 일이 따로 있을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바로 우리 가족의 일인데 말이죠.

이렇게 이성을 갖고 생각하면 손해 보았다는 느낌도 없어야 할 것인데…. 오늘 설거지하면서 잠시 끓어올랐던 분노는 무엇인가요. "여보, 지켜보고 있으니 생활 잘해라!" 가슴으로 사랑하여 결혼했다면, 이젠 머리로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데도 쉽진 않네요.

변호사 jdb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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