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외국인-(1)대구 '외국인 사회' 자리잡는다

대구·경북에 3만5천명…10년새 3배 껑충

외국인 불모지였던 대구에 '국제화 물결'이 일고 있다. 산업현장의 노동자 고용바람이 촉발한 외국인 거주는 교육,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구성원을 형성할 만큼 대구 경북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들은 각종 집회, 종교행사, 체육대회 등의 활발한 모임을 통해 점차 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식당거리, 클럽, 대학 공동체 등을 통해 독자적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구시, 경북도,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91일 이상 장기 체류한 대구 경북 외국인이 3만5천473명으로 10년전인 95년 1만2천932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외국인들은 또 동남아 출신 노동자 일색에서 벗어나 교수, 유학생, 학원강사, 기업인, 기술자, 연예·스포츠, 자영업자 등으로 다양화 하는 추세이며 국적도 아시아를 벗어나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남미, 아프리카 등 5대양 6대주 70개국에 이르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적별 공동체를 결성, 지역 사회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외국인 모임인 스리랑카 공동체 경우 회원수만 700~800명에 이르며, 매년 대구에서 전국의 2천여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어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중국인 노동자들도 80~300명 이상의 정기 모임을 매달 열고 있고,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인 노동자들은 종교 공동체를 결성, 정기 기도회를 갖고 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이방인들이 아닌 대구 경북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학원강사, 유학생 등 유럽, 미주계 외국인들 경우 '클럽' 문화를 형성하며 중구 삼덕동 로데오거리에 몰려 들고 있다.

ㅈ클럽 정원호(30) 사장은 "주말마다 500~600여명의 외국인들이 몰려 들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클럽도 10개에 이를정도"라고 했다.

학원강사 마이크 하인즈(27·캐나다)씨는 "다양한 또래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고 한국인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중심이었던 산업계에도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고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90년대까지 단 3명에 불과했던 대구 외국인 기업 임원이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대구생활 10년째를 맞는 평화발레오 에릭 발리베(프랑스) 부사장은 "경부고속철도,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 등 사통팔달로 길이 나면서 투자 장점이 부각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구 경창산업 기술이사 브라이언 토마스(48·미국)씨는 "자동차부품업계 경우 미국, 독일 등에서 컨설팅을 담당하는 외국인들이 대구·경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구 및 대구권 대학의 교수, 학생 경우 90년대까지만해도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 국한됐으나 2000년대 들어 중국, 유럽, 러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에서 찾아들고 있다.

또 교환학생, 초빙 교수 중심에서 학부 및 석·박사 유학생, 어학연수생, 원어민강사, 전공교수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기획탐사팀=이종규·이상준기자사진:산업연수생인 메디와 루티씨가 결혼식을 올린 대구시 서구 평리동의 한 식당에서 필리핀 출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있다. 산업연수생으로 대구에서 만난 메디와 루티씨 부부는"여건이 닿지 않아 식당을 빌려 조촐하게 결혼식을 열었다"며"동료들이 축하해 줘 기쁘다"고 말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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