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몽정기2

'몽정', 참으로 난감한 단어다. 사춘기 소년 100%가 겪는다는 팬터지다. 백과사전에는 '성숙한 남성이 수면 중에 성적 흥분을 하는 꿈을 꾸고 사정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꿈과 함께 찾아오는 사정이다. 그러나 실제는 꿈보다는 발기된 '물건'이 옷이나 이불에 스치면서 흥분되는 것이 먼저다. 흥분되면서 꿈을 꾸는데, 그 꿈의 주인공이 평소에 흠모하던 여성이다. 짝사랑하는 여인이 되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꿈이라는 팬터지 때문에 성적 흥분은 정말 짜릿하다. 몽정한 날 그 대상을 거리에서 만났을 때 그 난감함이라니.

'몽정'이 난감한 것은 뒤처리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정'이다 보니 늘 처치 곤란한 일이 벌어진다. 팬티는 젖고, 살은 끈적거린다. 성적 환상이 끝난 현실이 이토록 허망할 수가…거기에 뒤처리에 대한 책임까지 따르는 것이 아닌가. 내 의지대로 한 일도 아닌데도, 무슨 큰 죄를 진 것처럼 민망스런 것은 또 뭔가.

그렇게 보면 '몽정'은 섹스와 유사하다. 사춘기 소년에게 섹스의 통과의례와 관습을 교육하는 것이 '몽정'인 셈이다. 15세 남자 중학생의 성을 코믹터치로 그려 히트한 영화가 '몽정기'다. 이제 두 살 더 높여 17세 여고생의 성을 그린 '몽정기2'가 개봉했다. '여성도 몽정을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과연 어떤 몽정일까.

성에 관해서는 완전 초짜인 17세 여고생 성은(강은비). 백마 탄 왕자에 대한 환상에 젖은 그 나이 또래의 소녀. 그러나 어느 날 남자 교생 봉구(이지훈)가 나타나면서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이제 성은이는 교복 치마를 걷어붙이고, '뽕 브라'를 하고, 남자의 '거시기'를 훔쳐보기 시작한다.

성에 눈뜨는 여고생도 다양하다. 같은 또래면서도 생리를 해야 임신이 된다는 것도 모르는 순진파가 있고, 선생님을 유혹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앞가슴을 벌리는 섹시파가 있다. 꽃 미남 교생의 출현으로 소녀들 사이에는 '교생 유혹하기' 경쟁이 벌어진다.

영화 속 여고생들은 성에 대해 집요하고 적극적이다. 교생을 흥분시키기 위해 갖가지 자극을 하다 아예 그의 집을 찾아가 육탄공세까지 펼치니 말이다.

'몽정기2'는 10대 소녀의 성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코미디다. '10대 소녀도 섹스할 권리가 있다'(?). 요즘처럼 개방된 사회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지 못할까. 10대의 성이라고 별 것이 있을까.

성은 은밀한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고, 또 누구나 쓰는 것이지만 내놓고 함께 쓰지 못하는 것이 성이다. 특히 소녀의 것이라면 더욱 비밀일기처럼 내밀한 것이다. 제작진의 얘기로는 영화 속 에피소드가 모두 10대에서부터 30대까지 여성을 상대로 취재한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는 소녀들의 성체험담이라는 이름으로 스크린에 옮겨놓는데 급급하다. 성의 억압, 성의 갈등, 성의 금기, 성의 죄의식 등 그 어떤 고민도 없이 팬티의 무늬에만 신경쓰는 꼴이다. 피상적인 성을 책임 없는 '도전정신'으로 버무린 듯하다. 싸질러놓고 치우지 못하는 '저능아적 몽정'이랄까.

(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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