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한 지인이 엽기적(?)인 말을 했다. "훗날 할머니가 되면 서울역 앞 벤치에 다리 타~악 꼬고 앉아 담배를 한 번 빠악~ 빡 피워볼거야." 비흡연자인 그녀의 당찬(?) 말은 다른 뜻이 아니었다. 남의 눈치 안 봐도 될 나이에 한 번쯤은 마음껏 엉뚱한 짓을 해보고 싶다는 희망사항이었다.
50대 후반의 한 지인도 "이담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지중해 어디쯤에 가서 반바지에 화려한 셔츠를 입고 꽁지머리를 해볼 것이라고 했다. 하얀 가운 아니면 중후한 양복차림의 그가 긴 머리를 고무줄로 탱탱 묶고 반바지를 입다니, 아마도 열이면 열 모두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말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끔씩은 평소 안하던 짓거리를 해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얼마 전 한동안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다녔다. 친구의 긴 인조 속눈썹이 문득 매력적으로 여겨진 데서 발동이 걸렸다. 눈치채지 못하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눈이 매운 사람들에 의해 금방 탄로나고 말았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나오는 변명은 "왠지 안해보던 짓도 해보고 싶어지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실에 대해 주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새로운 면"이라며 칭찬하는(?) 거였다. 결코 그런 짓 하지 않을 듯한 사람의 엉뚱한 짓거리에 마음의 벽 하나가 사라진 것 같으달까.
'50대들의 독립선언문 50헌장'이란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의 한 독서회 회원 12명이 엮은 이색 헌장의 요점은 시쳇말로 '꼴리는 대로 살고 싶다'는 것. '자식은 내 인생의 적이다' '부모를 모시라고 하면 못해! 하고 말해 버리자' '미운 사람은 대놓고 미워한다' '한번쯤은 꽁지머리를 하고야 말겠다' '질투는 여전히 50의 힘이다''''. 그중 압권은 '인생이 50헌장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한다'. 결국 이 헌장의 상당수는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인 셈이다.
바겐세일에서 스웨터를 하나 샀다. 20대층에 인기있는 브랜드라지만 무시하고 샀다. 그런데 회사에 처음으로 입고 간 날, 이번에도 눈이 매운 한 후배가 대뜸 직격탄을 날렸다. " 안 어울려요. 벗으세요." 포기할 것이 점점 많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 시도해 볼 일들이 아직은 무진장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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