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고도 경주에는 뛰어난 문화 유산들이 즐비하다. 그 중 한 조각의 기와에서도 신라인들이 예술성과 함께 추구했던 뛰어난 생활문화를 읽게 된다. '얼굴무늬수막새'라는 인면문원와당(人面文圓瓦當)은 각별히 눈길을 끈다. 미소짓는 눈·코·입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는 이 기와에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소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사소한 부분에도 미소를 넣는 신라인들의 여유와 재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뭔가 좀 빈 듯한 아름다움은 매력을 더하고 있지 않은가.
◇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모나리자 초상화'의 '신비로운 미소'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미소가 우리의 수막새나 금동반가사유상이 거느리고 있는 미소에 비길 수 있을까. 다빈치 전기작가인 브램리는 후하게 봐서도 '모나리자의 미소에는 선과 악이, 연민과 잔인함이, 무상함과 영원함이 공존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 미국 등 서구에서는 요즘 스트레스 극복과 감정 조절에 '변증법적 행동 치료'가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이 치료법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내부 통합을 이루라'는 게 그 핵심이다. 자신과 타인의 관계 속이나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고,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서 통합하거나 승화시켜야만 '진정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치료의 여러 가지 기법 가운데 특히 '은은한 미소짓기'가 일상생활에서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이 격해진 상태를 뛰어넘으려면 일단 스스로 은은한 미소를 머금는 게 그 지름길이라는 논리인 셈이다. 말하자면 이 심리 치료법은 서구의 '이성적·논리적인 기법'에다 동양적인 '명상과 관조'가 보태어진 행동 치료 클리닉이라 할 수 있다.
◇ 오늘날 우리는 이웃에게 미소 한 번 지을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사회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상처받고, 분풀이로 폭음·폭식하는가 하면, 남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누구나 감정 조절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은 '신라의 미소'가 대변하듯, 일찍부터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살았다. 자신을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미소 일상화'의 여유를 갖자.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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