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자동차 판매회사를 경영하는 히라마츠(63·나고야)씨는 18일 일행과 함께 대구를 찾았다.
그러나 히라마츠씨 일행이 대구에 머문 시간은 고작 30분. 고속철을 타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17일 부산에 도착, 하룻밤을 잔 뒤 18일 오전 경주로 이동해 불국사, 천마총, 박물관 등을 관광하고 서울로 가기 위해 대구에 들러 고속철을 탄 것.
지난해 대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나 홍보 및 관광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해 '관광 경유도시'에 머물고 있다.
대구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단체관광객 유치보상제를 시행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머무는 기간이나 쓰는 돈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 게다가 유치보상금마저 서울, 부산 등 다른 도시 여행사들이 챙겨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유치보상금은 모두 4억1천만 원으로 지난 2004년 1억3천만 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대구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인바운드(inbound) 여행사가 5곳밖에 없는 데다 이마저도 규모가 작아 대부분 서울 등 다른 도시 여행사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
또 체류기간 및 체류비도 평균 1박 2일, 20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엔 대구에서 관광비용을 많이 쓰지 않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동남아 등지의 관광객이 많은데 이들은 무주로 스키 타러 가기 위해 대구를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 실제 동남아 관광객의 경우 2003년에 비해 1만4천242명(165%)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관광업계는 볼거리와 살거리가 없는 대구 관광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구를 대표할 만한 관광명소 및 상품 등 '명물' 하나라도 개발하는 등 특화된 관광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 ㄷ여행사 가이드 강모(45·여)씨는 "보상금을 주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관광 인프라, 특히 대구의 명물을 만들어 대구에 오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대구 관광을 권유하지만 볼 게 없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온다고 해도 경주나 안동, 해인사 등 관광을 위해 경유하는 정도"라고 했다.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고동우 교수는 "보상금을 주고 유치했는데도 관광객들이 대구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면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라며 "도심에 외국인이 즐길 만한 볼거리 및 살거리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대구시 관광과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한 도시에서만 관광하는 경우가 없는 만큼 대구를 거쳐가는 관광객이 많아졌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당분간 유치보상제를 더 활용하면 대구가 관광베이스타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