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8시(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쎄역. 세계 최대 홈텍스타일 박람회 '2005 하임텍스틸(Heimtextil)'의 개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1시간 전부터 100여 미터 늘어서 있었다. 유럽, 아시아,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바이어와 관계자들로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일본인 카네다(36·여)씨는 "디자인, 트렌드 등 세계 홈텍스타일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전시회를 봐야한다"라고 했다.
하임텍스틸이 열리는 동안 프랑크푸르트 호텔은 모든 객실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메쎄 인근 메리어트 호텔의 경우 하루 방 값이 700유로(한화 98만 원)에 이를 만큼 이 전시회 기간중에는 방값이 평소보다 2, 3배로 뛴다.
올해 처음 참가한 디자인·광고업체 빗살무늬 정순식 사장은 "섬유가 사양산업이라는데 이 곳 풍경을 보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한 산업이 분명하다"라고 했다.
15일까지 4일간 진행된 이 전시회는 지난 주 미국 라스베가스에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 버금가는 규모와 관람객을 자랑했다. 특히 섬유쿼터제 폐지로 국제섬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신 홈텍스타일 디자인과 트렌드를 파악하러온 사람들로 붐볐다.
하임텍스틸 사무국은 2005 하임텍스틸 관람객은 10만5천여 명으로 지난해 9만8천여 명에 비해 약 7% 늘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04 하임텍스틸 관람객의 51%가 관람 목적을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을 보러 왔다'라고 답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디자인을 베끼려는 사람들과 보안요원들 실랑이가 곳곳에서 연출됐다. 몰래 사진을 찍다 카메라를 빼앗긴 한 중국인은 "디자인이 곧 돈"이라면서 "온갖 수모를 당해도 사진을 찍고 싶다"라고 했다. 심지어 사진촬영 허가를 받은 기자의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였다.
특히 유럽업체들은 동양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시아인은 카피하러 온 사람이다"라는 식의 불쾌한 눈빛도 곳곳에서 보였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휴대전화 카메라가 올해 전면 금지될 정도로 보안이 강화됐다.
하임텍스틸 사무국은 '베끼기를 막아내자(Heimtextil against Copying)'을 모토로 내걸고 전시장 4관에 있는 'Boehmert 법률회사'를 통해 각종 저작권 문제를 무료로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보안요원도 지난해보다 늘렸다.
계명대 패션대학 이준화 교수(패션디자인전공)는 "세계는 지금 디자인 전쟁 중"이라며 "섬유쿼터제가 폐지됨에 따라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디자인 카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라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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