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초대받지 못한 손님

도심지를 지나다가 큰 건물 입구에 세워진 조각상이나 미술장식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만족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저 조각상이 왜 이곳에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태반이다.

도심 미관을 해치는 '시각공해'나 '문패조각'이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오간다.

공공건물 앞에 세워진 이 조형물들은 건축가가 만든 조각품이 아니라 도시문화환경 개선과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일정 규모의 건축물에 반드시 초대해야 하는 미술장식품이다.

1982년 미술장식품 제도가 권장사항으로 입법화되고 95년부터 의무사항으로 바뀌면서 건축규제라는 반발도 있었지만 유명무실한 심의절차, 저질 작품 양산, 소수작가 독점 양태, 생뚱맞은 작품구성 등으로 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억지 춘향'이 된 실정이다.

또 건축주의 리베이트와 화랑의 중개수수료를 만들기 위해 작가는 이면계약을 맺고, 법정 미술장식비용의 일부만 받고 제작하니 작품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설치 후에도 사후관리 등과 같은 행정적인 과정을 관장할 수 있는 기구도 없다.

현재 대구시는 미술장식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심의과정에서 건축물의 유동적인 건축일정은 물론 심의시 해당 작가가 아닌 담당공무원이 장식품을 설명하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한 과반수 선정이 아닌 위원 1명만 동의하지 않아도 탈락하는 기이한 결정과정도 보여주고 있다.

여하튼 미술장식품 제도는 도시의 문화수준과 관광환경 조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작품은 사람들을 머물게 하며 거리가구(Street Furniture)로도 훌륭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

브로커에게 검은 리베이트를 건네며 덤핑하듯 찍어낸 작품들은 이제 새로운 법안과 심의방식으로 걸러져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앞의 장식품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것이므로 시민들이 심의과정에 온라인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있으면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권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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