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물처럼 흐르지 않으면 썩는 법이죠. 그래서 날마다 공해에 찌든 도시를 탈출해 산에 오르지요."
'거기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거창한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산이 좋아 산만을 가슴에 품고 올랐다는 윤금태(50·일송산악회 등반대장)씨. 그는 지난 1992년 팔공산(1,192m)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전북 고덕산(603m)을 등정하며 13년 만에 해발 500m 이상 산 700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집 가까운 산을 찾던 윤씨가 '산사나이'로 입문한 것은 지난 92년 일송산악회에 가입하면서부터. 94년엔 대구등산학교를 수료하며 장거리산행과 야영에도 눈을 떴다.
윤씨는 95년부터 4년 간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을 종주하며 산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윤씨가 오른 산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남한 쪽 백두대간의 산 60개 중 58개, 전국의 백운산 15개 중 14개, 오봉산 9개 중 8개, 1,400m 이상 산 25개 전부, 1,300~1,400m 산 19개 중 13개를 올랐다.
특히 윤씨는 국립공원 20개, 도립공원 21개, 5대 적멸보궁과 4대 관음기도 사찰을 품고 있는 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5대사고지를 품고 있는 산을 모조리 섭렵했다.
산의 개수를 기록하며 산행한 이유를 묻자 윤씨는 "산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삶의 희열이 넘쳐났다"고 말했다.
물론 13년에 걸친 윤씨의 산행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영월 고고산에서 입구를 잘못 찾아 생사를 걸고 절벽위로 기어오르던 일, 꼭두새벽에 미친 사람처럼 빗속을 헤맸던 일, 강원도 삼척 면산 정상에서 멧돼지 덫에 걸려 혼비백산한 일 등 산 하나씩 오를 때마다 쉬운 산행은 없었다.
전국 등산로 구석구석을 훤히 꿰뚫고 있어 주위로부터 '산 박사'로 불리는 윤씨. "초심자들은 산행 전에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말고 사전지식을 충분히 습득해야 한다"며 "특히 안개가 끼었을 때 나침반 및 개념도를 휴대해 방향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윤씨는 강조했다.
회갑 때까지 1천 개 산 등정을 계획하고 있는 윤씨는 "끝없이 많은 봉우리를 오르는 것은 봉우리마다 간직한 바위의 속삭임, 풀 냄새, 옛 선조들의 숨결을 들으러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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