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살깎기 이제 그만…백화점 사은행사 줄인다

"백화점이 인색해진 탓인가, 아니면 합리적 소비패턴 정착을 위한 당연한 수순인가."

대구·동아·롯데 등 지역 백화점들이 지난 한 해 쏟아부은 사은행사비만 각 90억~110억 원. 매출이 줄어드는 악조건 속에서 백화점마다 매출액의 2%에 달하는 거액을 사은행사비로 지출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빌미가 됐다.

사은행사를 줄이려 해도 "저쪽은 사은행사를 하는데 여기는 왜 안하느냐"는 고객들이 많아 울며겨자먹기로 사은행사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랬던' 백화점들이 올 들어 고객 사은행사를 대폭 줄이는 등 무차별적인 판촉활동 축소에 나섰다.

현물 사은품을 없애고 세일기간에는 사은행사를 하지 않는 등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사은품 받는 재미가 줄었다" "백화점들이 사은행사 축소로 수익성을 높이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반면 "효율성을 높이는 마케팅 정착으로 상품가격 하락 등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추가쇼핑 유혹이 없어져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세일기간에는 사은행사 않아.

롯데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한 2003년 이후 지역 백화점들은 일년 내내 사은행사를 진행하다시피 했다.

작년 경우 영업일수 350여 일 중 260일 동안 사은행사를 하여 사흘에 이틀꼴에 달할 정도. 이처럼 치열한 사은행사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출로 연결되지 않고 되레 백화점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자 올 들어 앞다퉈 사은행사를 줄이고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품권을 제외한 현물 사은품을 없애고, 바겐세일 기간과 병행 실시했던 사은행사를 하지 않는 것. 롯데백화점은 사은행사시 상품권이나 현물 사은품 가운데 택일하도록 했던 것을 상품권만 증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고객의 70~90%가량이 상품권을 선호하는 데다 현물 사은품 경우 물류비,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 또 세일과 사은행사를 같이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며 구매금액의 10% 정도였던 상품권 증정 금액을 7%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구백화점도 세일기간중 사은행사를 하지 않는 등 사은행사 일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구매금액 대비 사은품 증정률을 10%에서 7% 또는 5%로 축소할 계획이다.

여기에 물품 증정을 없애고 상품권으로만 사은선물을 제공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7일부터 실시한 올 첫 세일부터 사은행사를 실시하지 않은 등 올해 사은행사를 크게 줄인다는 방침. 이렇게 되면 올해 사은행사일이 지난해보다 95일 정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효율성 높은 마케팅에 주력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 사은행사는 매출증대에 공헌해 왔다.

구매금액의 10%에 이르는 상품권이나 현물 사은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면 매출이 30~40% 늘어나고, 7% 증정시에는 20% 정도의 매출 상승 효과가 있다는 게 백화점들의 분석.

이처럼 매출을 늘리는데 효과가 있는 사은행사를 줄여 매출 감소가 우려됨에 따라 백화점들은 상품 단가를 낮추고, 다양한 경품행사를 갖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은 절감한 사은행사비를 상품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 투입하고 문화마케팅 등으로 고객을 유치한다는 것. 백화점간 치열한 경쟁으로 사은행사 등에 비용이 비효율적으로 들어갔으나 앞으로는 이런 방식에서 탈피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객 마케팅을 실시하고, 고객의 백화점 방문을 유도하는 경품이나 이벤트를 다양하게 진행한다는 얘기다.

대구백화점 경우 다양한 경품행사와 초특가 한정판매 등의 행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실속구매의 기회를 더욱 많이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또 고객을 세분화해 연령·지역별로 타깃 마케팅에 주력하고, 문화·예술 공연단체와 연계한 문화마케팅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동아백화점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각 점포의 특성을 살린 판촉 프로모션, 밀착되고 체계화된 고객 우대프로그램, 문화행사 등을 통해 사은행사 축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로 했다.

특히 동아쇼핑점 경우 사은행사 실시를 통한 매출 증가보단 반월당 지하상권 개발 본격화로 젊은층을 비롯한 유동인구의 적극 유치를 통해 매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고객 입장에서는 당장에 사은품을 받는 재미가 줄어들겠지만 사은품을 받기 위한 불필요한 추가쇼핑을 하지 않게 됨에 따라 과소비가 줄어드는 등 합리적인 소비패턴 정착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설명 : 지역 백화점들이 '내실경영'에 주력함에 따라 올들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은행사를 대폭 줄이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