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D 업종의 외국인 노동자들-(상)'코리안 드림' 하루 10시간이상 일해

18일 오후 6시쯤 대구 노원동의 한 안경도금공장. 20평 규모의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얼굴을 찌푸린 채 한걸음을 내딛자 이번에는 각종 화공약품이 섞인 도금액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가 앞을 가렸다.

야신(가명·28·파키스탄)씨는 3년째 이런 작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산업연수생으로 한국땅을 밟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돈을 벌기 위해 먼 이국땅을 밟게 됐지만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로서는 하루하루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기만 하다.

"작업장에 조금만 있어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눈은 항상 충혈돼 있고, 가래도 수없이 뱉어내고 기침도 끊이질 않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보호장비라고는 하얀 마스크와 장갑 한 켤레가 고작이다. 얼마 전에는 약품이 튀어 다리 살점이 타들어가는 상처를 입은 동료를 봤다. 자신도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기검진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이렇게 일하다 그냥 죽어버리지나 않을지 늘 두렵기만 하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없다. 도금과정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모두가 외국인 노동자뿐.

"우리도 그만두고 싶은데, 한국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일을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직장을 옮길 수도 없다. 그 순간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루 10시간 동안 일해 버는 돈은 월 110만 원. 여기에는 잔업수당과 밥값까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인근의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아쉬프(가명·31·파키스탄)씨는 거대한 프레스기계 앞에서 작업하지만 안전 장비는 물론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가 받은 안전교육이라고는 한국에 들어올 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마련한 2박3일간의 교육기간 중 몇 시간이 전부다.

그의 작업시간은 13시간(오후 6시30분~오전 7시30분). 야간작업이 주다.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기계 앞에서 졸릴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4년간 노력해서 이제는 기술도 늘고, 한국인 책임자로부터 인정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 근로자들은 언제나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떠넘긴다고 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불량률도 높아지고 사고 위험도 뒤따르지 않겠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및 생활환경 속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2만5천~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산업연수생으로 온 4천500여 명은 대부분 한국인이 근무를 꺼리는 3D업종에 종사한다. 그나마 산업연수생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 임금 체불, 근로 환경 등은 '상류'에 속한다.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는 불법 체류자들은 한국인들이 떠나버린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에 상담 의뢰한 내용 중 임금 체불 상담건수가 915건으로 한 달 평균 70~80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7월 프레스 기계에 왼쪽 손가락 5개를 모두 절단당한 웬 라우윈(가명·중국)씨처럼 산업현장에서 젊은 꿈을 접게 한 산업재해 건수도 41건에 이른다.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떤 유해한 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일을 하고 있다"며 "그들은 단지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피해를 보기도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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