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은경, 0.009초의 역전 '드라마'

"중국 선수가 옆에 보이길래 있는 힘껏 다리를 찢었습니다."

대구 출신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인 최은경(21·한체대)이 마지막 10m를 남기고 빛나는 역주를 펼치며 스케이트 날 하나 차이의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전 드라마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고 시작됐다. 강력한 우승후보 주밀레와 스테파니 부비에(프랑스)에 이어 3위로 달려 패색이 짙던 최은경은 한 바퀴가 남았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 것과 동시에 갑자기 아웃코스로 튀어나가 크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결승선 직전의 마지막 코너에 도착할 때까지 여전히 3위로 달리던 최은경은 코너를 돌며 부비에를 추월하는데 성공했고, 직선 코스에 접어 들어 주밀레가 바로 옆에 있는 것이 보이자 다리를 쭉 뻗었다.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주밀레는 손을 번쩍 치켜들어 승리를 자신했고, 한국 응원단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곧이어 불이 들어온 전광판의 1위 자리에는 최은경의 이름이 또렷이 새겨져 있었고, 패배를 꿈에도 생각지 못한 주밀레는 전광판을 확인한 후 고개를 떨궜다.

반면 얼떨떨한 표정의 최은경은 너무나 기뻐하는 코치들과 그제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확인했다.

상기된 표정의 최은경은 "경기 후 트랙을 한바퀴 돌 때까지 1등인지 모르다가 코치님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알았다"고 털어놨다.

스케이트 날 하나 차이의 중국이 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당시 중국의 간판 리쟈준에게 줄곧 끌려가던 김동성은 남자 1,000m에서 결승선 1m 앞에서 오른발을 쭉 뻗어 불과 0.053초 차이로 리쟈준을 침몰시키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은 같은 대회 여자 1,000m에서도 당시의 간판 선수였던 양양S가 결승선 3m까지 앞서다 뒤따라 오던 전이경이 몸을 던지며 내민 오른발에 0.57초 차로 다시 한번 통한의 눈물을 흘렸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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