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는 불황 속에 창업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에 치우친 창업이 늘어가면서 창업시장이 공급과잉상태를 맞은 것이다.
자고 나면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자 자신의 경력과 경험, 특기 등을 살려 제조업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새로운 길이라는 충고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은 단기간에 성공을 맛보기 어렵지만 조금 멀리 보면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적다는 것.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창업을 통해 성공 열매를 따고 있는 이들을 찾아봤다.
◇미숫가루로 시작했어요
대구 성서공단내 (주)원일통상 김영환(38) 대표는 미숫가루 제조로 창업, 지난해 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중소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 주력제품은 선식 제조. 대구지역은 물론, 전국 유명 백화점과 할인점 43곳에 물건이 나가고 있다.
500여 평 규모의 제조공장 내 근로자만 100여 명. 주문물량이 많아지면서 수천 평에 이르는 신규 공장용지까지 물색 중이다.
"1990년대 초반 군 전역 후 미숫가루 판매를 시작했죠. 그런데 몇 달 팔아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거예요. 생산자로부터의 제품수급도 들쭉날쭉이고. 물건 확보때문에 곤란을 자주 겪었죠. 다른 사람이 만든 물건을 받아 파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 낫다 싶었죠."
미숫가루 판매업 시작 몇 달만에 유통업을 접고 5천만 원을 들여 제조업에 도전했다.
공장을 임대하고 기계를 갖췄다.
"그 당시만해도 미숫가루나 선식은 재래시장안에 머물러 있었죠. 밖으로 끌어내면 되겠다 싶었어요. 사람들이 더 바빠지니까 빠른 식사, 그리고 영양까지 맞춘 밥 대용식이 식탁을 점령할 것이라고 봤죠."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창업 3년여 만에 백화점에 '입성'했고 곧이어 불어닥친 할인점 열풍에 힘입으면서 할인점으로 진출,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심지어 외환위기 당시에도 매출 상향곡선을 이어갔고 2002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고집했습니다.
재료확보, 원가 등에서 어려움이 크지만 원칙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위생관리는 말할 것도 없지요. 쉽게, 빨리 돈 벌러는 유혹부터 떨쳐야 제조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는 최근엔 허브 등 신수종에도 진출했다.
대백프라자안에 전문매장을 마련했다.
"제조업이라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떡집도 제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바꾼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
◇맨손에서 수출까지
고교에서 섬유를 전공한 전영수(50) 코랜(대구 3공단) 대표. 그는 '공장'의 매력에 빠져 대기업인 코오롱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1985년 대구 침산동에서 주방용품 제조업을 창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5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후라이팬, 냄비 등이 주력 제품. 국내 유명 홈쇼핑은 물론 할인점에도 납품하고 있고 일본에 수출까지 한다.
'코랜'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달고 판다.
"창업 당시 300만 원을 들고 시작했습니다
젊은 사람이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일단 주변에서 도움을 얻었죠. 수십 평짜리 임대공장에서 주방용품 하청업체로 출발했어요. 창업할 때는 주변에서 엄청 말렸죠. 그런데 제조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습디다.
"
그는 '재하청'에서 '하청', 주문자상표부착 등으로 차곡차곡 단계를 높여갔다.
자사 상표를 달지는 못했지만 백화점에도 물건이 들어갔다.
"외환위기때는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고비를 겪기 마련이죠. 10억 원짜리 부도를 맞았어요. 그러나 쉽게 쓰러지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제조업은 경륜에 따라 기술이 계속 쌓이니까 돈은 떼일망정 기술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요."
부도 2년여 만에 다시 일어섰다.
생선 굽는 양면팬을 개발하는 등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은 덕분이었다.
불과 2년 만에 빚을 대부분 갚았고 2002년엔 회사의 성장을 뜻하는 '법인전환'까지 했다.
전 대표는 섬유가 원래 전공이었지만 모르는 것을 묻다보면 다른 영역에 대한 도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혼자 신제품을 만들어보고, 넘지 못하는 의문사항이 있으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된다는 것.
"다시 태어나도 제조업을 할 겁니다.
지금까지 60여 개의 신제품을 스스로 개발해봤는데 제품개발과 판매성공 과정을 돌아보면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제조업에도 작은 기업이 뚫고 들어갈 시장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솔직히 세계 유명 제품과 우리 제품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고 자부합니다.
"
전 대표는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면 연관된 분야에서 도전할 만한 제조 아이템이 많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원일통상 김영환 대표(사진 왼쪽)·코랜 전영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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