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3명 모두 남편은 'House Husband(전업남편)'에요. 그래도 생활은 넉넉하니 영국에서는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바로 고소득 전문직이죠."
하임텍스틸 폐막일인 15일에 만난 3명의 영국 텍스타일 디자이너 린다(52·여) 메리언(54·여) 로즈(48·여)씨. 이들은 모두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텍스타일 디자이너다.
남편이 모두 실업자지만 수입이 많아 생활은 넉넉하다고 대답했다.
프리랜서 텍스타일 디자이너 로저 코너(Rozz Connor)씨는 "초보자의 경우 수입이 거의 없지만 어느 정도 명성만 얻으면 한 달 평균 수입이 6천 파운드(한화 1천153만 원)에 이를 정도"라고 했다.
또 린다 부르스(Linda Bruce)씨는 "성공한 텍스타일 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대우도 좋은 편"이라며 "이번 전시회도 울제직회사 후원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21세기에 들면서 이탈리아, 프랑스를 제치고 디자인 강국으로 급부상한 영국은 디자인을 배우러 오는 유학생들에게서 거두는 수입도 어마어마하다.
60,70년대부터 정책적으로 디자인 교육기관을 양성해왔는데 런던 한 도시에만 디자인 관련 학교가 100여 개에 이른다.
그 중 최고의 디자인 스쿨로 손꼽히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칼리지'의 경우 연간 학비만 해도 8천900파운드(한화 1천710만 원)로 영국인보다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지에서 온 유학생이 더 많다.
이 학교를 졸업한 린다씨는 "영국이 디자인 강국이 된 이유는 바로 교육에 있다"면서 "창의력 위주의 교육시스템에다가 비즈니스마케팅 등 실용학문까지 접목시켜 졸업 후 학생들을 곧바로 자립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이처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섬유강국들은 지적 노동의 산물인 디자인 하나만으로 먹고 살며 전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즉 중국, 인도 등 후발국가에 생산 등의 하드웨어 분야는 넘겨주고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등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것.
영국, 이탈리아 등 디자인 선진국의 경우 1천여 개 이상의 텍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여기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수의 디자이너들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디자인의 단가도 평균 1천 유로 이상의 고가이고 완제품이 '대박' 날 경우 받는 런닝개런티를 합할 경우 그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 의류, 홈 제품 완성업체들은 텍스타일 디자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는 등의 시장 환경이 텍스타일 디자인 시장을 자연스럽게 키우고 있다.
게다가 외국 텍스타일 디자이너들은 자신을 '예술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트렌드를 고집하기보다는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게 판매 지역에 맞는 '맞춤 디자인'을 통해 돈되는 것을 철저히 추구하고 있는 것.
이탈리아 텍스타일 디자인 조합(길드)인 코모크레아 서울지사 박희선 실장은 "섬유 강국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맞춰 디자인을 파는 '장사꾼'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면서 "생활의 모든 것을 디자인과 연관시키는 '디자인은 곧 문화'라는 생활양식이 디자인 강국으로 자리 잡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라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사진: 이용 건수는 2003년의 영국, 이탈리아 등 섬유선진국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시장환경을 만들고 있다. 영국 텍스타일 디자이너 린다(왼쪽)·메리언(가운데)·로즈씨는
"유럽에서는 디자인이 예술을 넘어서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될 만큼 친숙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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