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미 시작된 20년 후

피터 슈워츠 지음/필맥 펴냄

'10년 후 내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생각이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사는 존재다. 그래서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예측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래학자 아서 클라크는 2009년 북한에서 원폭 사고가 일어나고 2012년 상업적인 우주 여행, 2095년엔 은하계 탐사가 시작된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디스커버리는 500만 년, 1억 년, 2억 년 후 지구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상상력을 발휘했다. 디스커버리는 500만 년 후 새로운 빙하기시대 지구상에 존재할 생명체로 육식성으로 날개 길이 3.6m인 '데스그리너(Deathgleaner)'와 현재의 양과 비슷한 '샤그래츠(Shagrats)', 무는 힘이 1평방인치당 1톤인 '스노스톨커(Snowstallker)', 지구의 마지막 영장류 '바부카리(Babookari)' 등을 보여 주면서 인류는 5백만 년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이 책은 미래학자 겸 투자자인 피터 슈워츠가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의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 앞으로 20여 년간 피할 수 없는 놀랄 일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예측해 본 결과를 담고 있다.

저자는 지금 인류가 원시 수렵사회에서 농경기반의 문명사회로 전환한 최초의 대변혁과 인쇄술의 등장으로 시작돼 산업혁명에서 그 정점을 이룬 두 번째 대변혁에 이어 세 번째 대변혁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명과학은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우주과학 기술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또 국경의 의미가 축소되고 세계가 더 통합됨에 따라 세계 인구가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대거 이동하면서 전례없는 정치, 경제적 변화가 초래되고 기후변화를 비롯한 갖가지 환경적 재난도 나타난다는 것.

앞으로 20여 년간의 변화는 그 어느때보다 새로운 패턴으로 급작스럽게 일어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파괴적인 예측일수록 불안과 공포가 더 크기 때문에 예상되는 변화 가운데 어느 것이 실현되고 어느 것이 예측에 그칠지 모두의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는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주장한다. 1927년 하이젠베르크가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한 뒤 확립된 '이 세상은 불확실성의 연속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유 체계에 반기를 든 셈이다.

저자는 주의만 기울인다면 오늘의 세계 속에서 미래에 벌어질 일들의 초기 징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냉전 종식과 인터넷의 부상, 아시아 금융위기, 9'11 테러 등도 돌이켜 보면 예측된 것이거나 예측이 가능한 것들이었으며 미리 예측하고 대비한다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변화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의 수명이 빠른 속도로 연장되면서 도래할 고령사회는 부유한 70, 80대 노인은 40대와 분간하기 어렵게 되고 기업들도 경험이 풍부하고 판단력과 유연성이 뛰어나면서 비용이 덜 드는 노인들을 많이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가족 한 자녀 갖기 정책으로 성비 균형이 깨진 중국의 젊은 남자들이 신부감과 일자리를 찾아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내 놓았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최근의 경기 침체는 일시적 현상이며 생산성 증대와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확대, 인프라의 혁신 등으로 호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하는가 하면 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이 미국의 횡포를 견제하고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 값싼 에너지원의 현실화 등을 들어 미래 환경에 대한 비관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360쪽, 1만4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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