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중의 지혜

제임스 서로위키 지음

대중은 현명한가, 어리석은가.

군중 혹은 집단이 지혜롭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경멸하는 독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대중의 지적 수준은 최악이다. 그 집단의 일부 우수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된다"고 한탄했고, 철학자 버나드 바루크는"개인은 누구든 현명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집단의 일원이 되면 바로 바보가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소수 엘리트의 지식이 대중의 판단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만 찾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대중의 지혜'(홍대운'이창근 옮김)의 저자인 미국 '뉴요커' 논설위원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문화, 심리학, 생물학, 경제사회학, 인공지능, 군사학,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사례를 통해 의사결정에서 평균적 다수가 뛰어난 개인보다 훨씬 낫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소위 전문가의 말만 듣고 행동하면 엉뚱한 데 비용을 낭비하기 십상이라고 꼬집으며, 누가 천재인지 찾아다니기보다는 대중에게 답을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1986년 1월 28일 발사 후 74초 만에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사고책임 소재를 주식시장이 제일 먼저 정확하게 알아낸 것 등 책에서 그 근거로 드는 사례들은 흥미롭다. 그러나 이처럼 평균적 다수, 즉 대중이 지혜롭기 위해서는 물론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성과 독립성, 협조와 조정 같은 적절한 통합기제를 그 전제조건으로 꼽으며,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 가장 지혜로운 대중이 가장 어리석고 그릇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360쪽. 1만5천 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