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왜 나는 시인인가

김춘수 지음, 남진우 엮음/현대문학 펴냄

'꽃'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춘수 시인의 마지막 산문 선집 '왜 나는 시인인가'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됐다. 이 산문집은 총 4부로 나눠져 시인으로서의 이야기, 시사칼럼, 예수를 바라보는 관점 등이 실려 있다.

시인은 젊은 시절 자신의 시가 당시 이름을 날리던 다른 시인들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하고 '좀처럼 내가 갈 방향은 보이지 않았고 나의 개성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당시 시인은 서정주와 청록파 시인들의 시에 압도됐지만 발표욕은 앞서서 자비를 들여 시집을 내기도 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시집 '늪'을 성급하게 냈다. 6'25가 터진 이후 방향을 모색하던 끝에 드디어 '꽃'을 소재로한 시 10편을 연작으로 쓰게 된다. 이때부터 시인은 '선배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도 읽힌다. 시인은 대학시절 일본에서 사회주의자로 몰려 감옥살이를 하면서 단순한 고문 한두가지에 굴복하고 말았다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시에 책 전반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예수'다. 시인은 평생을 두고 씨름한 주제인 '예수'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의 글들 가운데 중요한 글들을 선정해 수록했다. 엮은이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씨는 이에 대해 "시인은 특정 종교의 신앙의 대상으로서 예수가 아니라 인간적 약점을 고스란히 지닌 채 이타적 사랑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다 죽어간 한 인간으로서의 예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편의 자기 고백을 통해, 독서편력과 영화에 대한 취향 등 시인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독자들은 이 글들을 통해 시인의 인품과 체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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