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쟁책임

이에나가 사부로 지음/현명철 옮김/논형 펴냄

"전쟁책임의 추궁은 국가 또는 개인을 비난하려고 하는 게 아니며, 복수를 위해, 피해감정의 발산을 위해서도 아니다. 오늘과 내일 다시금 비참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함이다."

2002년 11월 89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30여 년에 걸쳐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증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위헌소송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 도쿄교육대 명예교수 이에나가 사부로(家永三郞).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는 등 평화주의자, 민주주의자로 유명한 그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이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있는 '15년 전쟁'(만주사변에서 태평양전쟁까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전쟁책임'(현명철 옮김'논형)이 번역돼 나왔다.

그는 책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벌인 전쟁으로 아시아 각국 민중들이 입은 참화를 구체적 사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소개하면서 일본의 전쟁책임을 매섭게 추궁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15년 전쟁이 초래한 피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아직도 '전후'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대동아전쟁 긍정론'을 완전히 포기하고 전쟁책임을 명료하게 자성하지 않는 한, 다시금 미'소 대립의 틈에서 '전쟁참화'는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특히 "일본 국민은 15년 전쟁, 혹은 태평양전쟁을 앞에 두고 '정부의 행위에 위해 일어난 전쟁참화'를 저지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류사상 전례없는 참극이었던 15년 전쟁을 저지하지 못했던 책임을 깊이 반성하고, 그러한 참극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420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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