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검단공단의 한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는 스와라니(가명·31·방글라데시))씨의 손·발톱은 항상 새까만 기름때가 끼어 있다.
오전 7시 30분쯤 밤새 작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길 때쯤이면 옷과 몸은 먼지로 뒤덮여 버린다.
그러나 씻을 곳은 마땅찮다.
공장 창고 한곳에 마련된 샤워장은 바람막이조차 없다.
온수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요즘처럼 차가운 날에는 씻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는 "바람이 불면 온몸이 얼어버리는 것 같다"며 "겨울철이면 감기 기운을 달고 산다"고 했다.
북구 노원동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점쉰(가명·29·파키스탄)씨는 2평 남짓한 기숙사에서 4명의 외국인 동료와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다.
회사 측이 마련해준 기숙사지만 가구나 가전제품을 들여 놓기 힘들 정도로 공간이 좁다.
TV 한 대가 유일한 가전제품이다.
벽에는 옷장을 대신해 작업복 등이 빼곡히 걸려 있다.
그러나 점쉰씨는 "전에 근무했던 곳에 비하면 이곳은 호텔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예전에 살던 곳은 악취가 심해 강아지조차 들어오기를 꺼릴 정도였다.
그는 당시 심한 피부병에 걸려 한참을 고생했다고 한다
3D 직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24시간을 공장에서 보낸다.
한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대구 시내에 나가보지도 못했다.
점쉰씨는 13시간씩 고된 일을 하다 보면 금방 잠에 곯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푼이라도 더 벌고 아껴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밖으로 나가면 차비며 뭐라도 먹고 싶어져 돈을 쓰게 된다"며 "옷도 한국인 동료로부터 얻어 입는다"고 했다.
그는 12식구의 생계를 위해 한국땅을 밟았다.
고향에는 있는 부모님과 아홉 명의 형·동생 누나가 자신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하루 꼬박 13시간씩 일해서 버는 돈은 135만 원. 그 이틀마저 일을 하면 8만 원이 보태진다.
그 중 120만 원을 고향에 부친다.
"동생들 결혼할 때까지는 참아야죠."
그렇다 보니 옷 한 벌 변변찮은 것이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주워오거나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돈을 벌어 돌아갔을 때 자신을 반겨줄 가족들의 모습에 힘을 내보지만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이들은 각종 차별과 함께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고단한 코리안 드림을 이어가고 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지만 잠시나마 편하게 쉴 곳조차 없다.
냄새나는 좁은 방에서 4,5명이 껴안고 새우잠을 자야하고, 바람막이조차 없는 목욕시설에서 찌든 때를 씻어내야 한다.
자신들의 고국에서는 평범한 이들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최하층 인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으로 올 때만 해도 경제 여건이 좋은 곳에서 일하면 돈 많이 벌고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불법체류 중인 수하르(가명·35·인도네시아)씨는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에 밥값, 기숙사비 등을 꼬박 떼면서도 기숙사는 창고나 다름없고, 화장실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곳에는 살지 않는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불법체류자 카이니샤(가명·29·파키스탄)씨는 "의료보험이나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며 "추방당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말 한마디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순간, 생활 환경은 물론 차별이 더욱 심해진다고 했다.
결국 장기간의 노동,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항의 한 번 못하고 묵묵히 어려움을 감수해야하는 실정이다.
대구외국인근로자 선교센터 박순종 목사는 "이들은 우리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3D업종에 종사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늘려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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