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정부나 연구소들 예상은 대체로 비슷하다.
경기가 상반기엔 가라앉다가 하반기에 다소 살아나겠다는 거다.
지금 경기는 아주 '죽을 맛'이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
토요일 늦은 저녁시간에 치킨을 주문했더니 30대 후반 남자가 "오늘 첫 배달입니다" 했다.
막걸리집 주인은 "새벽까지 내 한 몸 굴려도 남는 게 너무 없어요"라고 푸념한다.
그런데도 골목마다 넘쳐나는 건 치킨집이요, '1천 냥' 막걸리집이다.
2005년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네 살림살이는 이렇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난다고? 사실은 반론이 만만찮다.
정부 눈치를 덜 보는 민간일수록 비관적인 것 같다.
465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2004년 3/4분기 현재)와 365만 명이란 신용불량자(2004년 11월 현재)가 소비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다.
IMF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소비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2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31% 성장했던 수출이 올해엔 10% 성장도 힘들 것 같다.
지난해 5%였던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4%로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 중국 일본의 성장이, 반도체 수출을 좌우하는 IT경기가 둔화해서 우리 수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 불안한 유가, 중국의 부상 등은 안 그래도 급한 우리 발목을 잡을 것이다.
수출-내수 연관성이 약해져서 수출이 잘 되어도 내수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제구조도 문제다.
그래서 경기가 U자형으로 회복되기보다는 L자형으로 장기불황에 진입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적잖은 것이다.
'끝이 처진 L자형'이 되지 않나 하는 극단적인 시각도 있다.
그래도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쪽에 서고 싶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 올인 정책이 (만시지탄이나마)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예산 조기집행, 종합투자계획, 벤처 활성화정책, 부동산규제 완화…. '구조조정'이란 용어는 써도 '경기부양'이란 단어만은 금기시했던 이 정부가 '경기활성화 종합선물세트'를 마련한 것이다.
정부도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있다.
예산·기금·공기업 주요사업비의 59%를 상반기 중에 집행한다는 예산 조기집행 계획이 그것이다.
상반기 배정액으론 사상 최고다.
상저하고가 예상되므로 예산 집행시기를 가급적 상반기로 앞당겨 경기 진폭을 줄이자는 의도다.
특별점검단을 구성해서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져 부처별 실적을 독려하겠다니 정부가 얼마나 애가 달았는지 짐작이 간다.
또 하나는 증시가 부쩍 뜨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마다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최고 1천1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리 된다면 2000년 1월 4일 1천59.04 이래 5년 만의 네 자리 지수대 진입이 된다.
증시가 경기에 선행한다는 이론에 따라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점쳐보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쁘다 하면 멀쩡하던 경제도 나빠지고, 좋다 하면 다 죽어가다가 살아나기도 하니, "상저하고" 라고 자꾸 외치면 정말 그리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회복세가 꽁꽁 언 서민들한테까지 미쳐서 훈기를 전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서민들이 살기 좋아야 공동체가 유지된다.
자영업자나 월급쟁이가 제 한 몸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면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입고, 먹고, 자고, 자식 대학교육 시킬 정도는 되어야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단순한 성장이 아닌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이요, 내수를 유발하는 수출구조를 이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예측기관들 사이에 나도는 우스개 중 하나가 '경제예측에서 틀림없이 적중하는 것은 그 예측이 빗나간다는 점'이란다.
예측이 확 어긋나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인 4%의 더블 정도는 되기를 꿈꿔 본다.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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