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여정부-대구·경북 잇는 '징검다리'

열린우리당 중앙당에도 대구·경북이 있다. 당의 기본 틀이 수도권과 충청·호남 중심이지만 대구·경북인임을 자랑으로 여기는 고향 까마귀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손으로 꼽으면 10명이 넘고 모두들 당 사무처 중견 당직자로 자리 잡았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때론 멍에가 되지만, 여당의 불모지인 대구·경북에도 '봄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우선 대구가 고향인 박현무·김의현씨는 여당 조직을 총괄하는 조직국 국장이다. 핵심부서에 있는 만큼 목소리도 괄괄하다. 당 경력은 박 국장(41)이 앞선다. 경북고-중앙대 영문과 84학번인 그는 DJ쪽 동교동계와 닿아있는 '내외문제연구회'에 일해오다 DJ가 창당한 '새정치 국민회의(민주당 전신)'와 정당인연을 처음 맺었다. 경원고-계명대 통계학과 82학번인 김 국장(43)은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 대구·경북지역 회장을 맡아 지역내 '노풍(盧風)'의 주역으로 활동하다 아예 직장을 버리고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영주가 고향인 류대영 정세분석국장(41)은 한나라당 쪽하고도 인연이 깊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의 정책보좌관을 하다 지난 2003년 8월 당시 이른바 '독수리 5형제(이부영·김부겸·안영근·이우재·김영춘)'와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 우리당 창당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는 '풍족한' 보좌관 생활을 마다하고 신념을 쫓았다는 점에서 당시 화제를 모았었다.

당원국 유재구 부장(37)은 영주 출신이다. 학교는 모두 서울에서 마쳤지만 부모는 아직도 풍기에서 살고 있다. 김원웅·유시민 의원 등이 만든 개혁당 멤버로 일하다 우리당과 합당하면서 들어왔다. 사대부고-계명대 러시아어과 96학번인 청년국 최성희 부장(29) 역시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대학생 지지모임인 '노벗'을 만들고 개혁당 일을 돕다가 상경, 당 사무처에 들어왔다.

경주 출신인 민원실 전진보 국장(48)은 국민은행과 한화증권에서 20년간 재颱求?'노사모' 활동이 인연이 돼 지난해 1월 입당했다. '노사모'가 잘나가던 은행원을 정당인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협성고-연세대 신학과 89학번인 홍보국 황대원 부장(36)은 지난 98년 '새정치 국민회의' 당시 사무처 공채로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의 박진영 책임연구원도 영천 영동고-영남대 정외과 89학번이다. 박 연구원은 대학 은사인 영남대 권기홍(경산·청도 출마)·김태일(대구 수성갑 출마) 교수의 선거일을 돕다가 현실정치에 입문했다. 열린정책연구원 내 17명의 연구원 중 유일한 지방대 출신이란다.

이밖에 당 전문위원으로 이한복·김영길씨가 있다. 예천이 고향인 이 전문위원(43)은 안동고-외대 독일어과 82학번으로 16대 국회시절 성공회대 총장인 이재정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있다가 지난해 1월 우리당에 입당, 현재 당 정책위 교육전문위원에 재직 중이다. 그는 동구권 국가인 폴란드로 국비유학을 가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주출신인 김 전문위원(42)은 대건고-경희대 무역학과 83학번으로 국회 법사위원을 지낸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의 비서관을 역임했다. 국회 사무처 입법고시에서 아깝게 떨어지자 조 전 대표가 그를 정책비서관으로 채용했지만 민주당 분당과정에서 신념을 쫓아 우리당을 택했다. 현재 당 법제사법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또 하근철 원내기획실 국장(46)과 권보근 당 정책위 부장(35)도 대구가 고향이며, 서영교 부대변인은 상주출신이다.

이들은 고향에 있는 친지들의 "왜 하필이면 열린우리당이냐"는 질문에 "왜 열린우리당이냐"를 설득하는데 익숙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대구·경북의 반감을 걱정하고, 보수적이며 배타적인 지역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박현무 국장은 "지난 총선에서 나름대로 전략적 공천을 했지만 지역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바로 참여정부와 대구·경북을 잇는 '파이프라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한복 전문위원은 "불필요한 지역감정이나 반여정서가 장기적인 지역발전에 해가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면서 "정치적 성향은 어쩔 수 없지만 그로 인한 손실도 인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류대영 국장은 "대구·경북이 수구와 지역주의의 아성인 것으로 비쳐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사랑이라면 주고받는 사랑이어야 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왜곡된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설명 :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치행정연구실 박진영 책임연구원, 조직관리국 박현무 국장, 중앙당 총괄조직실 김의현 국장, 정책위원회 이한복 교육전문위원, 전략기획실 류대영 국장, 정책위원회 김영길 연구위원,청년국 최성희 부장,열린우리당 당원관리국 유재구 부장.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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