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이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추대를 고사해 차기 전경련회장 인선이 난항을 겪게 됐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강신호 현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을 만난 자리에서 건강문제와 삼성경영 전념 등의 이유를 들어 전경련 회장을 맡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폐암치료 때문에 개인적으로 1-2년은 더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고 삼성도 성장전략을 강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전경련 회장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삼성에도 충실치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개인적인 영광이지만 추대를 재고해 달라"고 고사했다.
이 회장은 또 "재계에서 가장 큰 그룹인 삼성이 대기업 모임의 책임을 맡는 것이 다른 그룹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면서 "사회 일각에 반기업정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여 반기업정서도 전경련회장을 맡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은 그러나 이 회장이 회의 말미에 "신중히 생각해 봅시다" 라는 말로 면담을 끝맺은 것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총회 직전인 내달 중순까지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현명관 부회장은 이와관련, "이 회장 이외에 대안을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밝히고 "오늘과 같이 여러 명이 같이 갈지 아니면 한 두 명만 면담에 나설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임시 회장단과 회의를 열어 추가 면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현 부회장은 이어 "이 회장이 처음에는 고사하다 고문과 회장단이 강권하다시피 전경련회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자 '신중히 생각해 봅시다'라는 말을 했다"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긍정인지 부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재계 원로들이 찾아와 부탁을 한데 대해 정중히 고사를 한것이지 재고를 해보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이건희 회장과의 면담에는 삼성측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배석했으며 전경련쪽에서는 강 회장, 현명관 상근 부회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등 회장단 6명과 전경련고문인 송인상 효성고문, 김준성 이수화학 명예회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은 "재계가 단합해 정부와 손을 맞잡고 어려운 경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에 재계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 회장을 맡아줘야 하며 이 회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며 이 회장에게 차기회장직을 맡아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회장단은 또 이 회장이 전경련회장 취임에 따른 업무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위원회제 운영을 강화하고 회장단과 고문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설득했으나 이 회장의 수락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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