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육군훈련소의 한 장교가 저지른 만행에 가까운 반인륜적 행태로 육군의 명예는 또 한번 씻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훈련소 화장실 변기 청소가 불량하다고 해서 근 200명에 가까운 훈련병들에게 인분(人糞)을 손에 찍어 먹도록 했다니 어이가 없어 할말을 잃게 된다. 독일의 나치 치하나 일본군이 한국 독립군들에게 저질렀을 법한 만행이 대한민국 육군훈련소 대위에 의해 재연된 것에 다름 아니다.
최근 들어 군에 주적(主敵)개념이 없어지고 문민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장교들이 몸을 사리는 경향탓인지 군기(軍紀)가 옛날 같지 않다는 비판도 있어 온 터라 더 강도 높은 사병 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그건 훈련 차원에서 이루어져야지 훈련병들의 인격까지 모독하는 이런 행태는 오히려 반발을 사면서 자칫 탈영'자살 등의 부작용을 부른다는 사실을 문제의 장교는 간과한 것이다. 도저히 군의 지휘관으론 부적격한 이런 인물이 어떻게 해서 선발됐는지 군 지휘관 선발 제도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최근 군 장교들의 탈선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국방부 감찰단이 현지 조사를 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군 지휘관 선발 제도를 획기적으로 뜯어 고치고 장교 자질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훈련소 당국도 사건이 있은 지 10여일 동안 쉬쉬했다가 훈련병이 외부에 알린 후에야 사후 조치를 했다는 건 다분히 은폐 의혹이 짙다. 군 당국이 이렇게 미심쩍게 사후 처리를 하니까 군(軍)을 불신하고 급기야 병역 비리까지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 육군 당국이 스스로 "있을 수 없는 일로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한 만큼 그에 상응한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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