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집이 전국에서 가장 싼 집이라구요?"

51만원…최고가와 5천322배 차이

"정말 우리 마을의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싼 겁니까."

번지도 대문도 담벼락도 없는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마을. 건설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단독주택 공시가격 조사 결과 전국에서 가장 싼 집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빈집인 대지 185㎡(56평), 건평 54.47㎡(16평)의 목조 농가는 건교부의 표준주택 가격 조사에서 51만1천 원을 기록, 전국에서 가장 싼 집으로 기록됐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 최고의 집값을 기록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2층 주택(연면적165평)이 27억2천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곡리 이 농가와는 무려 5천322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최근 기자가 찾은 이곳 주민들은 이 같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쏟아진 폭설 속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떠나 인기척을 찾기 힘든 이 마을은 산간 계곡을 끼고 3~5가구씩 부락을 이루고 있고 곳곳엔 빈집이 남아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곳은 봉화군 재산면과 안동시를 경계로 청량산 최고봉인 이상봉(해발 800m)을 병풍처럼 두른 해발 500m 지점 분지에 생활터전을 잡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40여 농가 50여 명의 주민이 부락을 형성해 살고 있는데 주민들은 옥수수, 대추, 사과 등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건교부의 이번 조사에서 봉화군은 이 농가 말고도 두 집이 집값 싼 2, 3위를 기록,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낮은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안게 됐다.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신현길 봉화군청 세정담당은 "가뜩이나 오지인 봉화군이 전국에서 가장 값싼 집이 있는 것으로 발표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동 가람감정평가원 주남중씨는 "농촌지역에 분포돼 있는 빈집 표준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표본으로 선정한 집이 북곡리 마을에 있는 빈집이었다"라며 "북곡리 목조 농가도 부속 토지가 적어 가격이 낮게 책정됐지만 평균 주택 가격은 평당 1만 원선이 넘는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집값에 아랑곳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북곡리 주민 정준원(62)씨는 "살러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야 집값이 오르지. 공원구역으로 묶여 마음대로 집을 고칠 수가 있나.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그래도 공기 좋고 물 맑아 사람 살기에는 최고"라며 마을 자랑을 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건설교통부가 최근 공시한 단독주택 공시 가격 가운데 전국 최저 가격을 기록한 봉화군 북곡리에 위치한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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