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배 연기 자욱한 PC방 금연석

단속은 거의 없어…방학 맞은 청소년 건강 위협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당수의 PC방이 금연구역 지정과 운영에 대한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금연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45평이 넘는 PC방 등은 영업면적의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만들고 흡연구역과 금연구역 간에 칸막이를 설치하도록 돼있지만, 상당수 PC방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14일 오후 중구의 한 PC방. 들어서는 순간 담배에 찌든 냄새가 잔뜩 풍겼다.

흡연구역에 앉은 손님들이 피운 담배연기가 PC방 곳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흡연구역 설치시 담배 연기가 금연구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칸막이를 설치해야 하지만 천장에는 '금연구역'을 알리는 안내판만 붙어 있을 뿐이었다.

또 다른 한 PC방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하는 안내판조차 없었다.

이곳의 경우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한 금연석 설치규정마저 어기고 3분의 2가량이 흡연석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 손님이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재빨리 재떨이를 PC 앞에 갖다 놓았다.

일부 PC 앞에는 담배 꽁초가 가득 차 있었다.

때문에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은 어쩔 수 없이 담배 연기를 참아가며 게임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김모(16)군은 "PC방에 다녀오면 옷에 담배 냄새가 배여 바람을 쐬거나, 향수를 뿌리고 집에 들어 가야 한다"며 "다른 PC방도 사정이 같기 때문에 옮겨봐야 소용없다"고 했다.

한 손님은 일부 PC방의 경우 자리가 없을 경우 종업원이 금연석으로 안내한 후 단속에 대비해 종이컵을 재떨이 대용으로 나눠주기도 한다고 했다.

종업원 이모씨는 "금연석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해 아무 말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모(23)씨는 "단속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나마 낮시간에 찾아와 대충 둘러보는 정도"라고 했다.

구청 관계자는 "단속할 곳은 많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며 "명예 위촉단을 구성해 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업주가 시정하지 않으면 별도리가 없는데다 행정조치를 내릴 경우 반발도 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금연구역을 위반한 흡연자와 금연구역 설치를 하지 않은 시설 소유자에 대해선 범칙금과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채정민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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