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상점 진열대를 장식했던 500원짜리 제품이 사라지고 있다. 연초부터 업체들이 라면 과자 빙과류 등 먹을거리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500원짜리 제품을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식음료업체들이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연초부터 제품가격을 줄줄이 올리는 것을 두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처사란 따가운 비판도 쏟아지는 실정이다.
◇500원 제품 구경하기 힘들다
라면 과자 빙과류 등의 제품가격(희망소비자가 기준)이 줄줄이 인상되는데다 신상품은 주로 700원 이상의 가격대에서 형성되는 추세여서 500원짜리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농심이 지난해 신라면 가격을 550원에서 600원으로, 안성탕면은 500원에서 550원으로 올리는 등 라면류 가격을 평균 8% 인상하면서 500원대 제품은 이제 안성탕면 정도만 남게 됐다. 한국야쿠르트와 삼양도 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어서 500원을 주고 살 수 있는 라면은 한두 종류에 불과할 전망.
또 지난해에 나온 농심 사천짜파게티와 채식주의가 각각 800원에 출시되는 등 라면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달고 나오고 있다. 과자 경우 아직 500원짜리 제품이 상당수 남아 있기는 하지만 500원대 대표적인 스낵인 농심 새우깡이 최근 500원에서 600원으로 인상돼 500원 시대를 벗어났다. 롯데제과가 최근 고구마 비스킷인 고마짱을 700원에, 농심이 쌀새우깡을 700원에 내놓는 등 신제품에 500원대를 없애고 700∼1천 원에 내놓는 추세다.
빙과류 경우 메로나 비비빅 등 아이스바 종류는 아직 5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부분 가격이 동결된 지 3, 4년이 지나면서 가격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 500원짜리도 곧 없어질 운명. 콘종류를 비롯한 신제품은 과자와 마찬가지로 700∼1천 원대로 출시되고 있다. 해태제과는 1976년에 출시했다가 지난해 생산 중단했던 샌드형 아이스크림 시모나를 최근 700원에 새로 내놓은 데 이어 찹쌀 꿀호떡, 솜처럼 등도 700원에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찰떡와플, 디저트 아이스 등을 700원에 내놓았고 빙그레는 올 겨울 주력제품인 아이스치즈케이크 프로마쥬를 1천 원에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100원대 제품이 사라지기 시작한 이후 20년 가까이 되면서 500원대 제품도 점차 없어지는 시기를 맞게 됐다"며 "이제 500원을 주고 살 수 있는 가공식품은 일부 우유와 껌 정도만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게 부담 떠넘기기"
연초부터 식음료업체들이 원자재 값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줄줄이 올리는 것에 대해 비판도 거세다. 제품 값 인상은 라면 햄 과자에 이어 음료수 등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코카콜라는 최근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 다음달부터 콜라 환타 등의 납품가를 6∼7%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롯데칠성과 해태음료는 조만간 가격을 올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인상시기와 폭을 조정하고 있으며, 웅진식품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롯데칠성과 코카콜라는 지난해 2월에도 납품가를 5∼6% 올렸으며 해태음료는 지난해 3월 말 일부 품목에 대해 납품가를 7%가량 인상했다.
라면 가격도 1년 만에 줄줄이 올랐다. 농심은 지난 2003년 연말 평균 6.5% 인상한 데 이어 작년 12월에도 평균 8% 올렸다. 한국야쿠르트도 작년에 이어 올 들어 지난 15일 주력 제품인 '왕뚜껑'과 '비빔면'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다. 왕뚜껑은 800원에서 850원으로, 비빔면은 600원에서 650원으로 올랐다. 햄 제품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 같은 제품값 인상에 대해 기업들이 원가절감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기면 제품 값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업체들이 원가절감 노력은 하지 않고 무작정 제품값만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제품 가격 인상이 타당한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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